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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셋' 곽태휘의 마지막 도전, 브라질월드컵 '올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1-14 07:38



"태휘야 일어나, 별게 아니야. 일어나."

벤치의 허정무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외침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직전인 5월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0대1 패)이었다.

이견이 없었다. 곽태휘(33·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는 남아공월드컵 주전 중앙수비수였다. 그러나 전반 30분 상대 공격수 비탈리 로디오노프와 충돌한 후 시계는 멈췄다. 허망하게 그라운드에 앉은 그는 허 감독의 고성에도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왼무릎에 손을 갖다 댄 곽태휘는 허망하게 허공을 주시했다. '월드컵은 끝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왼무릎 내측인대가 부분파열된 그는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잘 나가는 선수라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나이인 17세(고등학교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곽태휘의 꿈은 월드컵이었다. 고비마다 부상이 가로막았지만 단 한 번도 월드컵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갑오년,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어느덧 33세의 노장이다. 브라질월드컵 출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먼 길을 돌아왔다. 곽태휘는 최강희호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세상은 또 달라졌다. 최종예선을 끝으로 최 감독이 물러나고,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곽태휘는 중동-유럽파가 소집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아이티-크로아티전부터 세 차례 모두 승선했다. 그러나 6경기에서 단 1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9월 10일 크로아티아전(1대2 패) 풀타임 출전이 전부다. 홍명보호의 중앙수비는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24·광저우 헝다) 라인으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곽태휘는 주연이 안되면 조연으로 브라질에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홍 감독은 최근 곽태휘의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곽태휘는 내가 오기 전 주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 와서 경기에 많이 못 나갔다. 그래도 우리 팀에서는 베테랑이다. 얘기를 나눈 후 그가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다. 양보하며 희생했다."


브라질행까지 아직 갈 길은 남았다. 최대의 적은 부상이다. 동시에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곽태휘는 지난달 중동에서 2막을 열었다. 알 샤밥에서 알 힐랄로 이적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이적 후 첫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FC서울에서 중국 장쑨 순텐으로 이적한 K-리그 최고의 주포 데얀은 최근 고별기자회견에서 가장 버거운 수비수로 곽태휘를 첫 손에 꼽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피지컬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록 강력하다. 투쟁력과 몸싸움 능력은 아시아에서 최고다. 곽태휘는 언제나 힘겨운 상대였다"고 했다. 곽태휘는 지난해 1월 중동으로 이적하기 전 울산에서 데얀과 상대했다.

새하얀 피부와 곱상한 외모를 보면 영락없는 '온실속의 화초'다. 그러나 그의 축구 인생은 화초가 아니다.

"대표팀에 개인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개인이 아닌 한 팀의 일원으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겠다." 27세 때인 2008년 2월 6일 A매치에 데뷔한 늦깎이 인생 곽태휘의 2014년 출사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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