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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의 '재능기부'는 가야할 길이지만, 성적에 목숨 거는 현역선수의 치열한 삶속에 결코 녹록한 미션은 아니다. 제1회 대한펜싱협회 전국남녀동호인 대회 현장에선 '세계 2강' 펜싱 국가대표들의 남다른 품격이 빛났다.
경기장 한켠에선 원포인트 레슨과 사인회가 진행됐다. 수십명의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국가대표와 한번이라도 칼을 맞대보고 싶은 어린이 검객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언니 오빠 검객'들이 수준별 맞춤형 기술을 전수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특히 '엄마검객' 플뢰레 에이스 남현희의 매너는 인상적이었다. 장미란재단의 멘토로도 활약중인 남현희는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길게 늘어선 동호인들과 검을 맞댔다. 비오듯 땀을 쏟아내면서도 즐거운 미소와 함께, 단 한명의 팬도 외면하지 않았다.
이날 동호인들과 선수들의 만남은 특별했다. 유럽 무대에서 수백 경기를 치른 '백전노장' 에이스들은 노련한 진행솜씨를 뽐냈다. 훈련에만 매진해온 선수들에게도 뜻깊은 경험이 됐다. 판정을 받는 수동적 입장에서 판정을 내리는 능동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대회를 진행하고 직접 심판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런던올림픽 에페 은메달리스트 신아람은 "동호인들의 승부욕이 정말 대단하더라. 가끔 판정에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며 웃었다. 피스트 옆에서 쉬고 있는 선수들에게 동호인들은 스스럼 없이 다가와 '펜싱 기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국가대표만의 필살기를 전수받고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섰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겪어온 선수들 역시 수백 명에 달하는 '열혈' 펜싱 동호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펜싱인'의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이날 동호인 펜싱대회는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좋은 예'를 제시했다. 엘리트 선수들이 생활체육에 얼마나 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 생활체육이 엘리트 체육과 만날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생활체육, 학교체육, 엘리트체육이 하나로 소통하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