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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이 상대 선수와 충돌하자 기성용이 그새 달려와 보호했다. 박지성-이영표가 나란히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2005년 이래 처음 있는 일. 2일 새벽 영국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선덜랜드와 애스턴빌라(이하 빌라)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서는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 두 명이 최초로 동시에 선발 출장했다. 경기는 홈 팀 선덜랜드의 0-1 패배로 끝났다.
선덜랜드를 먹여 살리던 에이스다웠다. 잭 콜백과 짝을 이룬 기성용은 경기 시작부터 아래로 내려와 볼 전달 작업에 관여했다. 아래를 받친 캐터몰에게 쏠릴 수 있는 압박의 무게를 분산하고, 패스의 축을 분담했다. 이 덕에 선덜랜드는 초반에 강하게 몰아친 빌라의 압박에서 벗어나 볼을 앞으로 보낼 수 있었다. 상대를 등지고 버티는 힘에 볼을 지키는 능력까지 가미돼 스완지 시절과 달리 볼을 쉽게 뺏기지도 않았다. 캐터몰의 실수로 휘청한 순간에도 선덜랜드의 허리가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던 데엔 기성용의 힘이 정말 컸다.
캐터몰을 아래에 놓고, 기성용을 전진 배치한 재미는 쏠쏠했다. 빌라가 중원을 두껍게 쌓고 버티자, 기성용은 1차 압박을 깬 뒤 측면으로 볼을 보내 패스를 흐르게 했다. 그뿐 아니라 템포를 올려 공격에 임할 때에는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패스까지 제공했다. 그럼에도 빌라는 페널티박스 안에 5~6명이 포진될 만큼 수비에 적극적이자, 기성용은 몇 차례의 중거리 슈팅으로 이를 부수려는 시도도 보였다. 이 공격이 끝나면 수비에 가담해 볼 커팅도 해냈으니 선덜랜드의 모든 플레이가 '공수의 요충지' 기성용을 거쳤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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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동원은 아쉬움이 짙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 선수는 자케리니-플레처와 함께 쓰리톱을 이뤘다. 옆줄을 따라 측면을 파고드는 데 국한되기보다는 가운데로 많이 좁히고, 중원으로 많애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의 짐을 분담했다. 경기 초반 라인을 끌어 올려 압박을 시도한 빌라에 맞서 볼을 받은 잭콜백-기성용 라인이 공격 방향으로 쉽게 돌지 못할 때, 지동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숨통을 트는 산소호흡기였다. 또, 측면 수비와의 거리를 좁혀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나갔고, 좌우로 활발히 이동하며 패스 루트를 형성했다.
팀에 녹아들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슈팅 찬스도 잡아냈다. 다만 경기를 바꿔놓을 만큼의 엄청난 영향력까지 발휘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빌라가 선제골 이후 아래로 내려가 수비에 치중한 탓에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받고 다음 플레이를 전개해나갈 여유가 적었고, 선덜랜드의 공격 날이 무뎌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웠다. 더욱이 선수 본인도 기회를 잡지 못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좋은 상태는 아니었을 터. 알티도어를 확실히 뛰어넘는 플레이가 나오지 못한 와중에 겨울 이적시장까지 열렸다.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이 뛰는 게 중요한 이 선수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