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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복귀골 그후, 보은 세리머니와 나머지 공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5-26 16:30 | 최종수정 2013-05-27 08:04



그의 세리머니가 K-리그 다시 수놓은 건 1464일만이었다. 2009년 5월 23일 성남전 이후 약 4년여만에 터진 골이었다. 이천수(32·인천)가 25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K-리그 13라운드에서 복귀골을 신고했다. 인천은 1골-1도움을 올린 이천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부산을 3대0으로 제압하고 2연승을 질주했다. 복귀골이 터지자 이천수는 눈물이 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큰 환희를 느꼈다. 그러나 꿋꿋하게 눈물을 참았다. 골을 넣은 기쁨보다 자신을 그라운드에 다시 서게 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천수는 복귀골의 기쁨을 김봉길 인천 감독과 동료, 인천 서포터스와 함께 나눴다.

'복귀골=Restart'

0-0으로 맞선 전반 12분, 한교원의 스루패스를 받은 이천수는 수비수 두 명의 틈새로 파고들어 오른발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천수는 곧장 서포터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동료들이 몰려 들었고 모두 그를 감싸안았다. K-리그 클래식 복귀 후 9경기 만이자 1464일 만에 K-리그에서 터트린 이천수의 복귀골이었다.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경기를 마친 이천수가 복귀골 당시의 기쁨을 설명했다. "솔직히 눈물이 났다. 그런데 눈물이 흐르려던 순간 동료들이 축하해줘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눈물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기분이었지만 정대세가 첫 골을 넣고 이미 '눈물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4년여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2009년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그는 지난 1년간 무적 신세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전남이 2013년,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철회했고 이천수의 그라운드 복귀도 성사됐다, 그러나 1년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의 경기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방법은 하나, 그라운드에서 직접 건재를 증명하는 것 뿐이었다. 이천수는 "주변분들이 '이천수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그 말 덕분에 더 열심히 뛰었다"면서 "이번 골은 내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게 된 골이다. 정말 기분이 좋다. 부담감을 훌훌 털었다"며 기뻐했다.

복귀골의 비결 '나머지 공부'

앞서 치른 8경기에서 그의 킥은 자주 골문을 외면했다. 한 차례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을 뿐이다. 복귀골에 대한 중압감은 더욱 커졌고, 그럴수록 이천수는 이를 더 악물었다.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그를 도왔다. 팀 훈련이 끝나고 홀로 킥 연습을 하는 그를 위해 이석현 문상윤 구본상 이윤표 등 동료들이 함께 땀을 흘렸다. 그리고 '나머지 공부'의 효과가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이천수는 "그동안 경기에 나서면서 준비를 잘한 경기와 준비를 잘하지 못한 경기에서 경기력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활약해야 팀 성적도 좋아진다. 골대 앞에서 세밀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 '나머지 공부'하듯 동료들과 연습을 많이했고 경기에서 준비했던 게 나와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동료들도 덩달아 효과를 봤다. 이천수와 함께 킥 감각을 조율했던 '슈퍼 루키' 이석현도 오랜 침묵을 깨고 6경기만에 골맛을 봤다.

김봉길 감독에게 바친 '감사 세리머니'


골을 넣은 이천수는 동료들과 함께 벤치로 향하던 중 멈춰섰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김봉길 인천 감독이 보였다. 90도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김 감독에게 다가가 악수를 한 뒤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이천수의 복귀골 세리머니였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렸던 장면이다. 이천수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지만 내가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은 배려해주신 감독님과 인천 서포터스였다. 그래서 골을 넣고 서포터스와 감독님께 차례대로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천수를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품에 안았다. 1년 이상의 공백이 있었던 그를 믿고 기용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도 "기량이 좋은 선수"라며 그를 옹호했다. 이천수가 골로 화답했다. '감사 세리머니'는 믿어준 김 감독에 대한 보은이었다.

2연승의 상승세를 탄 인천은 기분좋게 4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하게 됐다. 이천수 역시 "이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후반기가 기대된다. 팀을 위해 더 보답할 시간만 남은 것 같다."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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