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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전의 명수' 전북 현대는 더이상 없었다. 악몽같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이었다.
전북 현대가 가시와 레이솔(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전북이 22일 일본 히타치 가시와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 2차전에서 가시와에 2대3으로 패했다. 지난 15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던 전북은 1,2차전을 모두 가시와에 내주며 8강진출에 실패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전반 10분 이후부터 가시와의 골망을 줄기차게 노리던 전북은 전반 21분 에닝요의 프리킥이 가시와의 수비수 마스시마의 가슴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는 행운을 안았다. 기적을 노리던 전북에 승리의 여신이 반짝 미소를 짓는듯 했다. 여기까지였다. 불안했던 전북의 수비가 1차전에 이어 또 다시 헤딩 실점을 허용하며 자멸했다. 전반 41분 와타나베 히로부미에게 완벽하게 공간을 허용하며 헤딩골을 허용했다. 이후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가시와에 넘어갔다. 가시와는 후반 5분, 와그너가 전북 수비수들이 공처리를 미루는 사이 흘러나온 볼을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완성했다.
1-2로 리드를 허용한 후반 7분, 전북은 정인환과 박희도를 빼고 레오나르도와 케빈을 투입하며 닥공을 강화했다. 하지만 수비 불안은 여전했고 오히려 후반 24분 구도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추격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전북은 후반 42분 케빈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미 추격의 불씨는 꺼진 뒤였다. 결국 전북은 16강전을 2연패로 끝내며 ACL 도전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06년 수차례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연출하며 ACL 우승까지 차지해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게 된 전북에 더이상 '역전 DNA'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