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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철(수원)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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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1년 12월 발뒤꿈치 수술을 받았다. 당초 3주면 회복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재활 치료에만 2개월이 걸렸다. 시즌 시작 직전 합류했다. 몸상태가 엉망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친구들이 동메달의 기적을 이루는 모습을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K-리그에서 반전을 꿈꾸었다.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11월 21일 대구전을 앞두고 급성맹장염으로 쓰러졌다. 시즌 아웃이었다. 30경기에 출전해 2골-2도움.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홍 철의 반응은 달랐다. "감사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2011년까지 너무 잘 나갔다. 교만해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때마침 시련이 찾아왔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나이를 한 두살 더 먹고 그런 일을 겪었다면 절망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찍 시련을 겪은 것이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터전 수원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2월 8일 신태용 감독이 경질됐다. 성남 유스팀(풍생중-풍생고) 출신인 홍 철에게 신 감독은 '레전드'였다. 초중고생 시절 성남 경기장 볼보이를 하며 선수 신태용을 지켜봤다. 2010년 성남에 입단하면서 '레전드'와 '사제지간'이 됐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새로 부임한 안익수 감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안 감독을 믿었다. 2013년을 반전의 해로 잡았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수원 이적이었다. 성남이 1호 유스팀 출신인 자신을 버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홍 철은 "성남이 나를 잡을 줄 알았다. 정말 억울했다. 내가 잘해서 성남이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1월 31일. 수원에 처음 온 홍 철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원래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인지라 스트레스는 더 심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원에는 조동건과 정성룡 라돈치치 등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배들이 있었다. 이들은 홍 철을 잘 이끌어주었다. 형들 덕택에 홍 철은 별다른 적응기 없이 수원에 뿌리를 내렸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현재 홍 철은 마음을 비웠다. "지금 조금 괜찮다고 욕심을 부리면 더욱 큰 시련이 올 수 있다. 지난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래도 팀 성적에 대한 욕심은 있다. 홍 철은 "팀이 리그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다. 또 내년에도 ACL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물었다.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뭔가가 있을 것이다"라고 물고늘어졌다. 곰곰히 생각하더니 '팬들'을 이야기했다. "수원에 오면서 수원팬들이 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성남에서 팬들과 충돌한 사건도 있었다. 팬들의 걱정을 이해한다. 좋은 모습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