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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퍼거슨'은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이었다.
왜 모예스인가
맨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특별한 클럽이다. 단순히 리그 최다(20회) 우승을 일구어내서가 아니다. 맨유는 장기적인 정책과 단기 처방을 적절하게 사용해 팀 발전을 꾀하는 유일한 클럽이다.
여기에 중저가 블루칩을 영입해 최고의 선수로 키우는 능력도 뛰어나다.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했다. 첼시는 러시아 자금을 앞세워 우수 선수 영입에 나섰다. 맨유는 영입자금에서 첼시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중동 석유 자본이 맨시티를 인수한 이후 이적 시장에서 맨유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때부터 맨유는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에드윈 판 데르 사르(150만파운드) 박지성(400만파운드) 파트리스 에브라(500만파운드) 네마냐 비디치(700만파운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맨유로 온 뒤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 2기였다.
이같은 정책의 중심에는 퍼거슨 감독이 있었다. 그는 1986년 맨유 부임 이후부터 유스팀에서 1군팀까지 모두 챙겼다. 선수 영입은 물론이고 훈련 스케줄, 자금 흐름까지 모두 퍼거슨 감독의 책상을 거쳐야만 했다. 데이비드 길 맨유 CEO도 'MUTV'와의 인터뷰에서 "맨유의 성공 뒤에는 클럽의 모든 측면에 관여해 온 감독이 있었다. 매트 버스비 감독과 퍼거슨 감독이다. 이들은 유스팀부터 1군팀까지 클럽의 사정을 속속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모예스 감독이다.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에서 11년 동안 일했다. 에버턴은 선수에 대한 투자가 많지 않다. 에버턴 선수단 전체 주급은 중하위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은 특유의 지도력과 전술 능력을 발휘해 팀을 중위권으로 이끌었다. 동시에 선수 발굴 능력도 뛰어나다. 웨인 루니를 발굴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끌어올렸다. 마루앙 펠라이니, 레이튼 베인스, 필 자기엘카 등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 EPL 최고 수준의 선수로 키웠다.
왜 무리뉴는 안되나
무리뉴 감독은 스타 감독이다. 명문팀만 맡았다. 2002년 포르투갈의 최고 명문 FC 포르투를 시작으로 첼시(2004~2007) 인터밀란(2008~2010) 레알 마드리드(2010~현재)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들어올린 트로피만 해도 상당하다. 국내 리그 7회, 컵대회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2회 우승했다. 어디를 가나 이슈 메이커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한 팀에 오랜 시간 머문 적이 없다. 대부분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1군팀만 책임졌다. 맨유의 팀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이미 첼시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연봉만 1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초특급 계약이다. 영국 언론들은 무리뉴 감독이 이미 4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최근 만나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도 '맨유가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고 싶어도 첼시와의 계약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