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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천수, 욕심을 버리니 더 큰 것을 얻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4-21 16:31 | 최종수정 2013-04-22 08:05



욕심을 버리고 더 큰 것을 얻었다. 골보다 더 값진 어시스트로 '대어' 전북 현대를 낚았다.

'인천맨' 이천수(32)가 2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전북전(3대1 승)에서 결승골을 도우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K-리그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2009년 5월 23일 성남전 이후 1428일만이다.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본인의 공격포인트보다 더 기쁜 것은 꼭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것이었다.

골보다 값진 어시스트

1-1로 맞선 후반 25분, 교체출전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천수는 후반 42분 이효균의 결승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들었고 약 30m를 드리블로 돌파한 뒤 문전으로 쇄도 중인 이효균에게 날카롭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이효균은 슈팅은 팀의 역전골이 됐다. 클래식 복귀 후 이천수의 첫 공격 포인트가 작성된 순간이다. 경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천수가 도움의 비결을 밝혔다. "전반에 동료들이 잘 뛰어줘서 후반에 전북 수비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내가 뛰어 들어가는 타이밍에 좋은 패스가 왔고, 효균이가 잘 마무리했다." 도움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비결은 따로 있었다. 도움의 순간 그의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각도에서 한 번 접고 슈팅을 할까, 패스를 할까 고민했다. 예전같으면 욕심도 많았고 슈팅을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각도상 문전에 있는 동료가 패스를 받으면 득점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오면 욕심을 버리고 동료를 도와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그는 결국 욕심을 버렸고 팀의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결승골을 도왔다. 욕심을 버린 결과 팀 승리를 얻었다. 그는 "골보다 빛나는 어시스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첫 공격포인트에 담긴 의미

1428만에 기록한 공격포인트다. 이천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이천수에게 이번 도움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출전하는 경기에서 승리가 없어서 감독님께 개인적으로 죄송했다. '재수가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오늘 승리로 고리가 풀린 것 같다"고 웃었다. 4번째 출전만에 거둔 귀중한 승리였다. 이천수가 앞서 출전한 3경기에서 인천은 2무1패를 기록했다. 인천의 홈 첫 승에 일조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인천 팬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이날 도움이 더욱 뜻깊었던 것은 아내 앞에서 만들어낸 첫 공격포인트이기 때문이다. 2세 연하의 아내는 그동안 이천수의 경기를 집에서 TV로만 지켜봤다. 7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경기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가 처음으로 경기장에 오자 이천수는 힘을 냈다. 그는 "본부석 맞은 편에 앉았다. 뛰다가 (아내를) 나는 봤다. 처음 경기장에 왔는데 내가 기분 좋은 패스를 넣었고 승리를 하게 돼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기쁘고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욕심<현실

'욕심'은 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동료가 더 좋은 기회를 만들수 있는 상황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이천수는 "스피드는 처음보다 올라왔다. 감각적인 부분을 더 키워서 골 욕심을 내고 싶다"면서 "나는 득점왕을 하는 수준의 공격수는 아니다. 욕심이 과하면 안된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 K-리그 공격포인트를 보니 보통 한 시즌에 10개 정도 했다. 전성기때의 모습이다. 그 정도 포인트를 하면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되찾았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만 욕심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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