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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첫 공격포인트 차두리 "질 좋은 크로스가 아니었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20 17:13



최악의 위기였다.

4무3패, 승점은 4점에 불과했다. 차두리(33)는 지난달 25일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후 11년 만의 국내 복귀였고, K-리그와는 첫 만남이었다. 그는 14일 수원과의 슈퍼매치(1대1 무)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17일 성남과의 원정경기(1대2 패)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그가 뛴 경기에서도 1무1패였다. 첫 승 실패의 아픔, 그도 함께 겪고 있는 시련이었다.

서울이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서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4대0으로 완승했다. 차두리는 홈데뷔전이었다. 후반 37분에는 피날레 골을 어시스트하며 K-리그에서 첫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기분은 특별했다.

그는 "중요한 어려운 시기에 승점 3점을 따서 너무 기쁘다. 팬들도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은 힘든 어려운 시기에서 항상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좋게 끌고 갔다. 감사드린다. 오늘 승리의 기쁨은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첫 공격포인트를 올린 데 대해서는 "난 포인트를 많이 올리는 선수는 아니다. 빨리 포인트를 올렸다. 질좋은 크로스가 아니었는데 몰리나가 잘 해결해 줘 고맙다. 선수들이 몰리나가 수비를 안해준다고 하는데 난 내려오지말고 위에서 골을 넣어라고 했다. 몰리나에게 굉장히 고맙다"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프로 12년차인 그는 유럽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02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으로 이적했지만 곧바로 빌레펠트로 임대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 코블렌츠, 프라이부르크를 거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성용과 함께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었다. 2012~2013시즌 뒤셀도르프로 이적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1부와 2부리그를 넘나들었다. K-리그의 첫 승은 멀고도 험난했다. "경기 전에 기분이 다운돼 있었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걱정도 많이 했다. 정신적으로 프레시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너무너무 열심히 잘해줬다. 축구는 단체스포츠다. 1명이 좋지 않더라도 10명이 도와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다. 동료에게 고맙다. FC서울은 정만 좋은 팀"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이날 '차두리 데이'로 명명,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그의 날에 첫 승을 신고했다. 차두리는 "서울로 오면서 한 가지 걱정이 모든 포커스가 한 사람에게 맞춰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팀이다 보니까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지 몰라 걱정했다. 차두리 데이로 선정했지만 나 또한 팀의 한 일원이고, 혼자 튀고 싶지도 않다"며 "팀에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기꺼이 다 도와주고 싶다. 경기를 잘하고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경기도 중요하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난 스타가 아니다. FC서울의 한 사람이다.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은 이날 5000개 차두리 가면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무섭더라. 서울은 좋은 팀이지만 섭섭한 것이 하나있다. 그건 안주더라. 모자도 그렇고 사진으로만 봤다. 이제 하나씩 받아보려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첫 승, 그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반전이 된 것 같느냐'고 묻자 "선수들이 만들어가야 된다. 승리가 반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승리를 함으로 분위기는 좋아질 수 있지만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0-0에서 새로운 상대와 또 경기를 한다. 정신력이 한결같지 않으면 오늘 승리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오늘 경기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자신감 뿐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 버려야 한다. 다음 경기에서도 정신력과 절실함을 똑같이 가져가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원의 정대세는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밥을 먹자고 했는데. 바쁜 것 같더라. 대세가 잘하면 기분이 좋다. 독일에서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잘 봤기 때문이다. 서울 빼고는 모든 팀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 기쁠 것이다. 서울전할때는 지난번처럼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며 다시 웃었다. 정대세는 14일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전반 39분 퇴장당했다.

최 감독은 차두리를 해피 바이러스라고 했다. '서울의 봄'이 오고 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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