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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죽기 살기로 뛰었다."
"많은 분들이 전남전하면 나와 전남간에 어떻게 든 감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편하게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경기라고 생각해서 편하게 경기를 했다." 이천수는 경기를 마친 뒤 전남을 상대로 풀타임 활약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그냥 편한 한 경기 였을 뿐'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편했을리가 있을까. 그의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보고 있는 옛 동료와 팬들, 그리고 2009년 전남 코칭스태프와의 갈등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하석주 감독 등 보는 눈이 많았다. 여기에 '인천맨' 이천수를 바라보는 인천 동료와 팬들의 시선까지 한 곳에 모였다. 옛 팬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팬들에게 그는 첫 선발 출전 경기부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천수 '살아있네~'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했다. "욕 먹기 싫었다." 그가 죽기 살기로 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천수는 경기 후 전남 서포터즈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남 서포터즈도 박수로 화답했다.
보답
이천수가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전남의 배려와 동시에 인천과 김봉길 감독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 감독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에도 고향 후배인 이천수를 품었다. "천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믿는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이날 선발 출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첫 선발로 나가서 체력적인면을 테스트하길 원했다. 본인을 믿고 내보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90분 동안 그 믿음을 굳게 지켰다. 이천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벤치를 쳐다봤지만 이천수는 그라운드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이천수는 경기 후 "감독님이 나를 많이 배려해주신 경기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격수로서 골을 못 넣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감독님께서 다음 경기도 배려해주시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90분동안 이를 악 물고 뛰어야 했던 것은 그를 믿고 기용해준 감독에 대한 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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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대전전을 통해 2009년 6월 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 만에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 이천수다. 대전전에서는 약 4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포항전에서는 25분 뛰었다. 세 경기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그는 "체력은 정신력으로 커버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참고 뛰었다"고 했다. 그러나 1년 이상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천수가 풀타임 소화한 건 체력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었다. 정신력,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이천수가 비결을 밝혔다. "후반 30분부터 쥐가 났는데 경기를 앞두고 마그네슘을 열심히 먹었다. 그래서 쥐가 올라왔다 내려갔다 해서 참고 뛸 수 있었다." '쥐'를 잡는 '쥐약'은 마그네슘이다. 근육경련은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잘 사라지곤 한다. 선발 출전에 미리 예상했던 이천수는 철저한 준비로 90분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