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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천수 첫 풀타임, 그가 90분을 뛸 수 있었던 이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10:14 | 최종수정 2013-04-17 10:18


16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3 프로축구 전남과 인천의 경기가 열렸다. 전남과의 시합에 선발 출전한 인천 이천수가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16.

"오랜만에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인천맨' 이천수(32·인천)가 16일 전남전에서 K-리그 무대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격했다. 그에게 제한된 시간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는 90분간 그라운드를 쉴새 없이 누볐다. 그는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후반 30분 이후에는 다리에 '쥐'가 났다. 그러나 한 번도 그라운드에 쓰러져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나보다. 이를 악물고 뛰었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그를 믿었다. 두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 뒤 한 장을 남겨뒀다. 한 장의 교체 카드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끝내 이천수를 빼지 않았다. 쥐가 난 상태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던 이천수다. 그는 어떻게 90분을 뛸 수 있었을까. 아니 무엇이 그를 '죽기 살기'로 뛰게 만들었을까.

오기

"많은 분들이 전남전하면 나와 전남간에 어떻게 든 감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편하게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경기라고 생각해서 편하게 경기를 했다." 이천수는 경기를 마친 뒤 전남을 상대로 풀타임 활약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그냥 편한 한 경기 였을 뿐'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편했을리가 있을까. 그의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보고 있는 옛 동료와 팬들, 그리고 2009년 전남 코칭스태프와의 갈등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하석주 감독 등 보는 눈이 많았다. 여기에 '인천맨' 이천수를 바라보는 인천 동료와 팬들의 시선까지 한 곳에 모였다. 옛 팬들에게, 그리고 새로운 팬들에게 그는 첫 선발 출전 경기부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천수 '살아있네~'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했다. "욕 먹기 싫었다." 그가 죽기 살기로 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천수는 경기 후 전남 서포터즈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남 서포터즈도 박수로 화답했다.

보답

이천수가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전남의 배려와 동시에 인천과 김봉길 감독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 감독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에도 고향 후배인 이천수를 품었다. "천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믿는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이날 선발 출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첫 선발로 나가서 체력적인면을 테스트하길 원했다. 본인을 믿고 내보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90분 동안 그 믿음을 굳게 지켰다. 이천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벤치를 쳐다봤지만 이천수는 그라운드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이천수는 경기 후 "감독님이 나를 많이 배려해주신 경기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격수로서 골을 못 넣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감독님께서 다음 경기도 배려해주시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90분동안 이를 악 물고 뛰어야 했던 것은 그를 믿고 기용해준 감독에 대한 보답이었다.


16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3 프로축구 전남과 인천의 경기가 열렸다. 인천 이천수가 전남 김병지 골키퍼에게 볼을 뺏기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16.
철저한 준비

지난 3월 31일 대전전을 통해 2009년 6월 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 만에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 이천수다. 대전전에서는 약 4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포항전에서는 25분 뛰었다. 세 경기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그는 "체력은 정신력으로 커버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참고 뛰었다"고 했다. 그러나 1년 이상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천수가 풀타임 소화한 건 체력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었다. 정신력,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이천수가 비결을 밝혔다. "후반 30분부터 쥐가 났는데 경기를 앞두고 마그네슘을 열심히 먹었다. 그래서 쥐가 올라왔다 내려갔다 해서 참고 뛸 수 있었다." '쥐'를 잡는 '쥐약'은 마그네슘이다. 근육경련은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잘 사라지곤 한다. 선발 출전에 미리 예상했던 이천수는 철저한 준비로 90분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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