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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성남 일화와 상주 상무의 연습경기, 성남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환상적인 쐐기골이 작렬했다. 측면에서 전광석화처럼 쇄도하던 김태환이 올린 발빠른 '택배 크로스'를 김동섭이 솟구치며 머리로 밀어넣었다. 2대0으로 승리했다. "태환이 크로스가 기가 막혔죠! 저는 점프한 것 밖에 없는데."(김동섭) "점프 타이밍이 완전 예술이었죠!"(김태환) 서로를 한껏 치켜세우다 웃음을 터뜨렸다.
올림픽대표팀 탈락의 아픔도 함께 겪었다. 올림픽대표팀 예선전 내내 함께 발을 맞췄지만 정작 런던행 티켓은 잡지 못했다. 또래들이 환호했던 2012년은 이들에게 '시련'이었다. 안 감독의 부름을 받았을 때 망설임없이 성남행을 택했다. 프로로서, 선수로서 '생존'을 위해서다.
안 감독은 김동섭을 "있는 듯 없는 듯 강한 존재감"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소리없이 할 일을 다하는 선수, 부산 감독 시절부터 눈독들여온 선수"라고 했다. 광운대와의 연습경기에서 2골1도움, 상주전에서 1골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김태환은 자타공인 '힘짱'에 '몸짱'이다. 벤치프레스 130㎏을 거뜬히 들어올린다. 곱상한 외모와 다르게 성남에서 가장 힘이 센 선수다. 김태환이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바뀐다. '치타' 김태환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광주 금호고 시절부터 남몰래 공들여온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서 몸을 키우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하셨다. 시즌 후에도 늘 헬스장에서 개인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올겨울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다. "훈련이 힘들 때마다 서울에서 못뛰던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문다"며 웃었다.
성남 선수들은 올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을 선수 1순위로 서슴없이 김동섭을 지목한다. 12~20골까지 기대치는 다양했다. 당사자인 김동섭에게 시즌 목표를 묻자 "15골"이라고 답했다. 김태환은 골보다 어시스트 욕심이 많다. "어시스트를 포함 공격포인트 10개"를 다짐했다. 이중 김동섭에게 몇 개를 나눠줄 거냐는 질문에, 김동섭이 냉큼 답한다. "당연히 10개 다 줘야죠." 김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많이 주려고요. 같이 먹고 살아야죠. 하하."
'연말 K-리그클래식 시상식에서 꼭 만나자'는 덕담에 이어진 두 에이스의 대화가 솔깃했다. "야, 근데 넌 시상식 가봤어?"(김태환) "아니."(김동섭) "시상식 가면 어떨지 진짜 궁금하지 않냐."(김태환)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