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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은 지난시즌 자신을 둘러싼 오해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겼다. 그의 일관된 신념은 결국 LIG손보가 36년간 풀지 못하던 우승(2012 KOVO컵)의 한을 풀었다. 그는 과감한 도전을 아는 승부사였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였다. 1년이 흘렀다. 이젠 이 감독의 진심이 통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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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시즌 중반 주전 세터를 바꿨다. 세터 황동일을 대한항공에 내주고, 현대캐피탈의 이효동을 영입했다. 이 감독은 "황동일은 내가 대학 시절 4년 동안 키운 선수다. 누구보다 황동일을 잘 안다. 그런데 내가 LIG손보 지휘봉을 잡았지만, 황동일은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었다. 팀 워크를 망치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첫째도 팀 워크요, 둘째도 팀 워크인 이 감독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이효동은 올시즌 개막 전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팀의 KOVO컵 우승을 이끌었다. '세터 출신이 세터를 못 가르치냐'는 비아냥에도 굴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습관은 고치지 못한다. 다만, 경기 운영은 가르칠 수 있다. 그러면서 노련미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난시즌 중반 이경수는 '훙곽출구증후군'이란 부상을 안았다. 부활을 얘기한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경수를 믿었다. 이 감독은 "경수에게 '난 너의 편이다. 널 믿는다. 끝까지 나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이 감독은 많은 지적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겐 약이다. 이만한 '오답노트'가 없다. 선수들의 잘못된 점을 콕콕 집어준다. 선수가 인지한 뒤 훈련에 돌입한다. 이것이 이 감독만의 배구 지도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