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복까지 두 걸음 남았다.
2004·2010년 성남의 희비 교훈 삼아야
분명 울산이 유리한 입장이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2004년 성남의 참패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성남은 알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 두 차례 맞붙었다. 성남은 원정 1차전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과 홈 텃세 등을 극복하고 3대1 승리를 챙겼다. 누가봐도 성남의 우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성남에 등을 돌렸다. 안방에서 열린 결승 2차전에서 0대5 대패를 당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성남의 굴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 감독은 "그날 현장에서 경기를 봤다. 성남 선수들이 방심했다. 우리도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집중력을 잃고 골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며 "결승전보다 2차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결승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경고 관리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미 토너먼트에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선수는 김신욱 김영광 강민수 곽태휘 이 호 하피냐 등 6명이다. 2차전에서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게 된다면 결승전 출전은 물거품이 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포지션별 핵심 선수들이다. 좋은 본보기는 역시 성남이다. 2010년 성남은 조바한(이란)을 3대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라돈치치와 전광진 등 주전 공격수들이 뛰지 못해 선수 기용에 애를 먹은 바 있다. 감정 조절과 영리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울산 선수들이다.
울산은 2009년 아시아 정상에 선 포항의 대기록에 다가가고 있다. 당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끌던 포항은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 3승3무, 8강 2승, 4강 2승, 결승전 승리로 거침없었다. 울산도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울산은 조별예선 4승2무, 16강 1승, 8강 2승, 4강 1승 등 아직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2010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성남은 조별예선에서 이미 1패를 기록했었다.
돈이 아닌 보이지 않는 효과를 위해
울산은 대회 4강 1차전까지 56만달러(약 6억1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조별예선에서 29만달러를 챙겼다. 승리 시 4만달러, 무승부 시 2만달러다. 여기에 원정경기 보조금으로 경기당 3만달러가 포함된다. 16강에선 진출금 9만달러를 받았다. 8강에서도 진출금 8만달러와 원정 지원비 5만달러가 지급됐다. 4강 진출금은 12만달러, 원정 경비로 6만달러가 나왔다. 그러나 울산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상금 150만달러(약 16억원)를 획득해야 한다. 준우승(7만5000달러)과의 차이는 두 배다. 울산은 이미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면서 1년 구단 운영비를 초과했다. 모기업 현대중공업으로부터 30억여원의 추가 예산을 받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벌어들인 총액과 추가 예산을 비교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우승을 할 경우 보이지 않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팀 홍보는 물론 축구를 통한 사원들의 사기는 충만해질 것이다. 올시즌 K-리그에서 울산만이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