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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희(26·대교)는 주장 완장을 허공에 펴보였다. 우승을 이끈 골세리머니였다. 완장 안쪽에는 '하늘에 있는 정정숙 선수, 보고 싶어요'라는 글씨가 있었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대표팀 선배에게 바치는 골이었다. 고 정정숙은 2009년 위암 판정을 받은 뒤 2년여 간 투병했다. 차연희는 "(정)정숙 언니와는 어린 시절부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이번에 했다"고 했다.
사실 우승주역 차연희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고질적인 부상이 있었다. 올시즌, 수술로 3개월을 쉬었다. 챔피언결정전이 치러지기 3주 전에야 팀에 합류했다.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다. 1차전에서 진 팀 상황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차연희는 강했다. 승부사였다.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29분, 골감각이 살아났다.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4분 뒤에도 왼발슛이 터졌다. MVP는 당연히 그녀의 몫이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1골2도움)에 이은 2연패다.
경기 뒤 차연희는 "1차전에서 오심으로 득점을 인정 받지 못해서 억울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대로 지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경기 중에 오른발에 찬스가 올 것 같아 훈련을 많이 했는데,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잘 맞더라. 감이 좋았다"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고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