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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철이 정신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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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홍 철은 지난해 말, 런던올림픽의 해를 앞두고 발 뒤꿈치 수술을 감행했다. 보다 축구를 잘하기 위한 욕심에서 내린 결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한달이면 충분할 줄 믿었던 재활기간이 길어졌다. 동계훈련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3월 A매치 쿠웨이트전에 나섰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토록 꿈꿨던 런던올림픽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신공' 성남의 부진 속에 홍 철의 슬럼프 역시 깊어졌다. 자신감을 잃었다. 자책감에 시달렸다. 감독실을 찾아 "2군에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힘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선수로서 성숙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했다. "9월 말까지도 최악이었다. A매치 휴식기부터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다. 홍 철은 연습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코치들도 "홍 철의 몸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신 감독도 '애제자'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홍 철은 아직 어리고 마음도 여린 선수다. 면담을 하다 자신도 답답했던지 눈물까지 흘렸다. 이번엔 좋은 분위기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신 차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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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전체 그림에서도 수비 에이스의 부활은 반갑다. 홍 철은 "프로 2년간 탄탄대로를 달리다, 3년차에 추락했다. 처음 겪는 슬럼프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슬럼프를 다스리는 법도 배우게 됐다. "축구 하면서 누구나 슬럼프를 한두번씩 겪는다. 스물셋,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 컨디션도 올라오고 있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며 웃었다. 가슴 뛰는 태극마크의 꿈, 대표팀 재입성에 대한 질문엔 말을 아꼈다.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잘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9개월동안 못했는데, 한두경기 잘했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처럼 몸을 끌어올려서 내년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며 의지를 표했다. 씩씩한 홍 철이 돌아왔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