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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왼발'홍철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0-29 18:06 | 최종수정 2012-10-30 08:13



"홍 철이 정신 차렸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28일 전남전(2대2 무) 직후 '애제자' 홍 철(22)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특유의 직설화법 속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전반 17분 박선용(전남)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지 10분만인, 전반 27분 남궁 웅의 헤딩패스를 이어받자마자 홍 철의 전매특허, 왼발슛이 작렬했다. 빨랫줄처럼 골망으로 빨려든 환상적인 중거리포였다. 슈팅 타이밍도 완벽했다. 골키퍼 이운재가 손 쓸 틈 없는 순도 100%의 골이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신 감독 역시 "왼발이 그렇게 나올 줄은 나도 몰랐다. 멋있는 골이었다"고 칭찬했다.


프로 3년차 홍 철은 올시즌 유난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풍생중고 출신 성남 유스로서 단국대를 거쳐 2010년 성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신 감독의 같한 관심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고등학교 시절 공격수였던 홍 철은 빠른 발과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 감독의 가르침 아래 '날쌘돌이' 홍 철은 왼쪽 풀백, 윙포워드를 오가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공수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키워나갔다. 2011년은 축구 인생 최고의 해였다. '레전드 이영표'의 왼쪽을 채워줄 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왼쪽 풀백 경쟁에서 절친이자 라이벌 윤석영보다 앞서나갔다. 2011년 3월 터키전에서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영표의 등번호 12번을 물려받고, 감격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K-리그 소녀팬들의 뜨거운 사랑이 쏟아졌다

2012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홍 철은 지난해 말, 런던올림픽의 해를 앞두고 발 뒤꿈치 수술을 감행했다. 보다 축구를 잘하기 위한 욕심에서 내린 결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한달이면 충분할 줄 믿었던 재활기간이 길어졌다. 동계훈련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3월 A매치 쿠웨이트전에 나섰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토록 꿈꿨던 런던올림픽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신공' 성남의 부진 속에 홍 철의 슬럼프 역시 깊어졌다. 자신감을 잃었다. 자책감에 시달렸다. 감독실을 찾아 "2군에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힘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선수로서 성숙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했다. "9월 말까지도 최악이었다. A매치 휴식기부터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다. 홍 철은 연습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코치들도 "홍 철의 몸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신 감독도 '애제자'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홍 철은 아직 어리고 마음도 여린 선수다. 면담을 하다 자신도 답답했던지 눈물까지 흘렸다. 이번엔 좋은 분위기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신 차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반 27분 홍 철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 헤딩 도움을 기록한 남궁 웅, 절친 윤빛가람 김성준 전현철이 몰려들어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성남 일화 구단
홍 철은 이날 축구화가 터져나갈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지난 7월8일 전남 원정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 석달여만에 골맛을 봤다. 올 시즌 홍 철의 2골은 모두 전남을 상대로 터졌다. 호주전 엔트리를 고심하며 경기장을 찾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골을 터뜨렸다. 최 감독은 "원래 홍 철이가 공격수 출신이지?"라며 관심을 표했다.

한국축구 전체 그림에서도 수비 에이스의 부활은 반갑다. 홍 철은 "프로 2년간 탄탄대로를 달리다, 3년차에 추락했다. 처음 겪는 슬럼프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슬럼프를 다스리는 법도 배우게 됐다. "축구 하면서 누구나 슬럼프를 한두번씩 겪는다. 스물셋,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 컨디션도 올라오고 있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며 웃었다. 가슴 뛰는 태극마크의 꿈, 대표팀 재입성에 대한 질문엔 말을 아꼈다.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잘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9개월동안 못했는데, 한두경기 잘했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처럼 몸을 끌어올려서 내년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며 의지를 표했다. 씩씩한 홍 철이 돌아왔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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