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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다시 만난 기성용-김정우 듀오에 거는 기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0-16 16:20


남아공월드컵 당시 훈련중인 김정우(왼쪽)와 기성용. 스포츠조선DB.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숨은 주역은 기성용(스완지시티)-김정우(전북) 중앙 라인이었다.

당시 전술의 핵심은 박지성(QPR)-이청용(볼턴)이 포진한 좌우측면이었다. 이들은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수시로 위치를 변경하는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라는 큰 물에서 놀던 실력 그대로 한국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들의 뒤를 받쳐준 것이 기성용과 김정우였다.

기성용이 공격적, 김정우가 수비적 위치에 놓였지만, 사실상 플랫에 가까운 형태였다. 기성용과 김정우는 공수를 오가며 허리를 튼튼히 했다. 기성용은 정교한 킥과 과감한 슈팅,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2개의 도움을 올렸고, 김정우는 영리한 경기운영과 헌신적인 수비가담으로 남아공월드컵 공식 선수랭킹(캐스트롤 인덱스)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85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뛰어난 축구지능으로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파드(첼시)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플랫 형태의 미드필드 전술에서 중앙의 밸런스 유지는 생갭다 쉽지 않다. 기성용-김정우 조합은 이러한 측면에서 최상의 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A대표팀의 허리를 오랫동안 담당할 것이라 여겨졌던 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기성용은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났고, 김정우는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하는 등 공격본능에 눈을 떴다. 자연스레 이들의 역할도 바뀌었다. 조광래 전 감독 시절 김정우-이용래-기성용 조합이 중용되기도 했지만, 이내 김정우의 이름은 사라졌다. 세대교체의 파고 속에 기성용이 중용되는 동안, 김정우는 부상 등의 이유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정우가 제외된 중앙 미드필드의 한 자리는 새로운 얼굴의 각축장이었다.

A대표팀의 포메이션이 4-2-3-1로 굳어지며 더블볼란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의 파트너가 문제였다. 하대성(FC서울), 박종우(부산) 등이 나섰지만,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시 한번 김정우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는 올시즌 전북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수부터 센터백까지 뛰며 그만의 축구센스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지만 김정우의 진가를 볼 수 있는 포지션은 역시 중앙 미드필더다.

이란은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승점 3점이 필요한만큼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허리에서부터 밀린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의 성패를 결정할 허리싸움의 첨병은 역시 기성용-김정우 라인이 될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이란 원정을 경험한 바 있다. 기성용이 강한 몸싸움으로 상대의 예봉을 꺾는다면, 김정우는 커버플레이로 2차저지에 나선다. 수비력이 좋은 김정우의 가세로 기성용이 공격본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장점이다. 김정우는 "중동은 잔디와 같은 부분에 적응하기 어렵다. 부담감을 떨치고 적응을 잘 해서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고지대의 경우 특별히 힘든 건 못 느끼겠다"며 여유까지 보였다.

남아공 16강 신화를 쓴 기성용-김정우 라인. 이들이 이란 원정 첫 승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지. 결과는 17일 오전 1시30분부터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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