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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마지막 선물, K-리그 슈퍼매치가 뜬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9-27 09:50 | 최종수정 2012-09-27 10:11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다. 추석 연휴의 끝은 9월을 넘어 10월 3일이다. 2일은 개천절과 이어지는 징검다리 근무일이라 대부분의 일터와 학교가 문을 닫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K-리그도 풍성하다. 연휴 마지막 날 최고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개천절인 3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최대잔치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가 뜬다.

총성없는 전쟁이다. 그라운드를 수놓을 전사들은 추석 연휴에도 쉼표가 없다. 한 배를 탈 수 없는 두 팀이다. 감정 싸움의 골은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라이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두 팀의 대결을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라고 소개했다. 늘 화제의 꽃이 핀다. 올해에는 축구에서 보기드문 '벤치 클리어링'에 이어 프런트간의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64번째 전투도 사연이 넘친다. 서울은 1위(승점 73)를 질주하고 있다. 스플릿 리그 3연승을 포함해 최근 5연승의 고공행진 중이다. 4위 수원(승점 56)은 기가 꺾였다. 스플릿 리그에서 1승2패를 기록, 대반전의 꿈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슈퍼매치는 또 다르다. 수원이 서울을 맞아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서울의 더 큰 아픔은 5경기 연속 무득점의 늪에 빠진 점이다.

이번 만남에선 어떤 갱없는 드라마가 쓰여질까. 꿈의 무대, 그 막이 올랐다.

라이벌 논쟁과 굴곡의 시나리오

수원의 현주소는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서울만 만나면 의기양양하다. 6연승 행진에 "서울은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다"며 큰 소리를 친다. 역대전적에서도 수원이 29승14무20패로 앞섰다. 최근 10년간 성적에서도 19승7무15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겉과 속은 또 다르다. 경기력 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분위기 싸움에서 엇갈렸다. 수원은 침착했고, 서울은 지나친 부담에 발목이 잡혔다.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골대를 때리는 등 경직된 플레이를 펼쳤다. 서울은 수원전 징크스에 치를 떨고 있다.


현주소는 미묘하다. 서울이 구름을 걷고 있다면, 수원은 우울한 나날이다. 서울은 스플릿 리그에서 천적 관계를 모두 청산하고 있다. 스플릿 첫 라운드(2대1 승)에서 6년간의 이어져 온 부산 원정 징크스를 훌훌 털어냈다. 26일 울산 원정(2대1 승)에서도 데얀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서 탈출했다. 반면 수원은 첫 판에서 포항에 패하며 홈 3연승이 끊겼다. 26일 전북 원정에서도 1대3으로 완패했다. 전북전 11경기 연속 무패(4무7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역사가 또 춤을 추고 있다.

최용수와 윤성효, 두 남자 이야기

김 호 전 수원 감독, 조광래 전 서울 감독이 촉발시킨 앙숙 전쟁은 제자들이 잇고 있다. 윤성효 수원 감독(50)과 최용수 서울 감독(41)이다. 둘 다 수원, 서울 출신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으르렁거리지만 밖에서는 허물이 없다. 부산 사나이인 둘은 '빼도 박도 못하는 직속 선후배'다. 둘은 동래중-동래고-연세대의 향수를 공유하고 있다. 어느덧 '푸른 수원'과 '검붉은 서울'의 상징이 됐다.

두 남자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두 감독의 만남에선 미소와 눈물이 교차한다. 신경전에서도 양보는 없다. "서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준비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한 번 져도 괜찮으니 부담없이 하라고 한다." 윤 감독은 '무념무상'식 이론이다. 최 감독은 한 발 더 내디뎠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패배로 왔다. 이기고도 싶지만 안되더라. 편안하게 경기를 한다는 팁을 주셨다. 더 편안하게 할 것이다. 일단 골을 넣고 연패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보스나와 하대성, 곽희주와 데얀

수원 수비의 핵 보스나는 서울만 만나면 눈빛이 달라진다. 투지는 국내 선수들보다 더 매섭다. 서울의 주장 하대성은 살림꾼이자 중원사령관이다.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다. 그러나 슈퍼매치에 둘은 없다. 보스나는 퇴장, 하대성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최고의 변수다.

보스나의 공백, 곽희주와 곽광선이 메워야 한다. 주장 곽휘주는 서울전에선 늘 존재감이 컸다. '북벌' 완장을 차고 상대를 무력화 시켰다. 서울은 수원전에서 5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서울은 주포 데얀이 침묵을 털어야 한다. 데얀은 현재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골(4골)을 터트렸다. 시즌 25골로 득점 부문 선수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만 만나면 작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수원전에서 골이없다.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의 또 다른 한 축 몰리나는 데얀의 부진에 대해 "데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골을 넣지 못했다. 골찬스는 많았다. 선수들이 피땀 흘려가며 골을 넣으려했지만 실패했다. 수원전에서 승리와 우승을 향한 골을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의 스테보와 박현범도 '서울 킬러'로 유명하다. 여름이적시장에서 서울에 복귀한 정조국도 주목할 인물이다. 그는 수원전에서 현역 선수 중 최다인 5골을 기록했다. 침묵하고 있는 그는 복귀골 상대로 수원을 그리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서울이 우세하다. 하지만 슈퍼매치는 전력보다는 분위기 싸움이 더 중요하다. 두 팀의 빅뱅에는 구름관중이 몰린다. 한가위에 그라운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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