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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가 대세다. 추억처럼 사람마음을 자극하기 쉬운 마케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B, 그중에서도 대전과 전남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다. 31라운드에서는 대전이 성남을 꺾고 전남이 광주와 무승부를 거두며 대전이 12위, 전남이 13위를 차지했지만, 32라운드에서는 대전이 인천과 비기고 전남이 상주에게 몰수승을 거두면서 순위를 맞바꿨다. 대전이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승점 6점 이상의 효과를 거두며 강등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
전남은 지난 28라운드부터 신임 하석주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전남은 지난 라운드 상대이던 상주가 경기를 보이콧하며 일주일을 더 쉬게 됐다. 정규리그 종료 후 3주간 휴식기를 갖고 한 경기를 치른 후 또 2주를 쉬게 됨에 따라 실전 감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전적에서 보듯 전남은 대전에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맹활약한 수비수 윤석영, 전술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미드필더 이현승 등 위협적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대전은 이날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올드스타들을 초청했다. 김기복 초대 감독과 김순기 김삼수 초대코치를 비롯해 신진원 전 대전코치, 정성천 20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 등 대전 창단 멤버 11명과 성한수 한민대코치, 강정훈 감독 등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활약했던 11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전 최고의 스타였던 이관우를 비롯 '골든보이' 박경규, 신진원, 정성천, 강정훈, 이창엽, 장철우 등 추억의 선수들이 한밭운동장에 돌아온다. 그리고 대전시티즌 초대 구단주였던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 강영구 대전시티즌 초대 사장과 임원진 등도 참석한다. 대전 프런트는 올드스타를 초청하기 위해 몇주간 발품을 팔았다. 과거 2001년 팀의 최후방을 지켰던 세네갈 출신의 외국인 선수 콜리도 초청하려 했으나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뒤졌지만 끝내 그의 거취를 알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사인회와 선수 에스코트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할 예정이다. 서포터즈는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최은성과 김은중을 기념하는 특별 걸개를 내걸고 '화합의 한밭운동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밭종합운동장 이전 경기는 중구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다. 추억을 모토로 이벤트를 기획하던 중 올드스타까지 초청해 K-리그 최초의 시민구단으로서 역사를 되짚어보기로 했다. 대전의 관계자는 "그동안 대전에 프랜차이즈라고 하는 개념이 많이 약해졌다.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은 돈받고 팔아버리고, 최은성도 재계약하지 못하고 그랬던 부분에 대해 팬들이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대전의 뿌리를 확인하고 과거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할 예정이다"고 했다.
대전은 이날 경기에 만원관중을 노리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했다. 일단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대전이 입었던 유니폼을 착용한 관람객에게는 무료 입장의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중구청의 날로 치러지는 이날 경기에는 버닝햅번 · 라 퍼커션 등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을 펼치며 다양한 홍보부스와 장터를 열 예정이다. 대전의 관계자는 "한밭운동장에서의 홈경기는 팬들에게 추억과 감독을 선사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다. 더불어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오기 어려웠던 중구·동구 주민들이 대전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대전의 주요 과제인 원도심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경기장 관람석을 꽉 채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다.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