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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살아남겠다."
김 감독은 9월 들어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야심차게 강원 지휘봉을 잡은지 2개월 만에 거친 외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대표 사퇴에 선수단 월급 체불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기는 곤두박질 쳤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을 다잡았지만, 의욕을 잃은 선수들을 데리고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월급 체불 사태로 선수들 앞에서 더 고개를 숙이게 됐다. 광주전 승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던 강원의 자신감에 그나마 한 줄기 빛을 선사할 만한 결과였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오랜만에 승리해서 소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과 끝까지 지켜봐준 팬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패하면 (광주와의) 승점차가 7점으로 벌여져 무척 힘든 상황이 될 뻔했다. 선수들도 나머지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분명 기분 좋은 승리지만, 가슴 한 켠의 응어리까지 풀기는 힘들다.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게 강원의 현실이다. 승리로 분위기를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강등권에 속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내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강등권 탈출은 선수단 뿐만 아니라 강원도민의 염원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꼭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선수들과 내가 온몸을 다 바칠 것이다. 목숨을 걸어 지켜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