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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최용수 '사제지간의 정'은 잠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07:51 | 최종수정 2012-09-26 07:53



스승은 환갑이 넘었다. 제자도 올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감독이 됐다.

사제지간의 정은 변색되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지도자들은 예민해 진다. 함께 자리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해도 애써 외면한다. 둘은 다르다. 연락도 종종 하고, 경기전 기자들과 함께 자리할 때도 있다. 호칭은 세월이 흘러도, 지위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았다. "용수야", "샘"….

김호곤 울산 감독(61)과 최용수 FC서울 감독(41)이다. 김 감독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스승과 제자를 떠나면 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나면 달라진다. 양보는 없다. 정도 잠시 내려놓는다. 울산과 서울이 26일 오후 7시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3라운드, 스플릿 리그들어 세 번째 혈투다.

서울은 승점 70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울산은 3위(승점 57)에 포진해 있다. 스플릿 리그는 12라운드가 남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물고 물리는 상황이다. 2위 전북(승점 65)은 이날 4위 수원(승점 56)을 안방으로 초대한다. 서울과 전북의 승점 차는 5점이다. 울산과 수원은 승점 1점차다. 서울, 전북과 울산의 격차는 각각 승점 13점, 8점이다.

선두권 전쟁의 분수령이다. 서울과 전북이 승리하면 양강 체제가 공고해진다. 반면 울산과 수원이 승점 3점을 거머쥐면 판도가 요동친다. 서울과 전북의 희비가 엇갈릴 경우 그림은 또 달라진다. 서울이 웃고, 전북이 울면, 서울의 독주 구도가 구축된다. 반대가 되면 두 팀의 승점 차는 2점으로 줄어들면서 초접전의 살얼음판 1위 경쟁이 시작된다.

묘한 전류가 흐르고 있다. 2011년 11월 19일, 스승은 그라운드에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가르쳤다. 최 감독이 대행 때였다. 서울이 3위, 울산이 6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결했다. 정규리그에서 서울이 두 차례 맞붙어 1승1무를 기록했다. 서울의 우세가 예상됐다. 뚜껑을 연 결과, 180도 달랐다. '철퇴축구'로 중무장한 김 감독이 3대1로 완승했다. 최 감독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복수를 노렸지만 두 차례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4월 25일 원정에서 2-0으로 앞서다 2골을 내줘 2대2로 비겼다. 6월 24일 안방에서도 1-0으로 리드하다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스플릿 리그들어 서울은 2연승, 울산은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두 감독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서울은 울산전 후인 다음달 3일 6연패를 당하고 있는 수원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울산은 이날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적지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4강에 오른다. 상승기류를 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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