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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수비수 출신' 부친이 본 기성용 중앙 수비 실력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25 09: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에버턴전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한국시각).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에버턴전에 기성용(23)의 선발 출전을 예고하며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드에서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기성용의 능력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기성용은 셀틱 시절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 때로는 측면 공격수로도 활약하며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선보인바 있다. 그런데 라우드럽 감독의 믿음은 그 이상이었나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기성용은 후반 10분, 자신의 귀를 의심할 지시를 받았다. 중앙 수비수로의 변신이었다. 라우드럽 감독은 결정적인 실수를 반복하던 중앙 수비수 테이트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브리턴을 투입했다. 동시에 1m90에 육박하는 기성용을 전격적으로 중앙 수비에 세웠다. 통상적으로 수비 라인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 조합으로 내세운다. 라우드럽 감독의 결정은 도박에 가까웠다.

기성용은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스리백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기용된 적이 있지만 프로 무대에서 중앙 수비수로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꿈의 무대' EPL에 첫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말이다. 기성용은 23일 스완지시티 홈페이지를 통해 중앙 수비수로 뛴 소감을 밝혔다. "살짝 미쳐있었다. 첫 선발 경기인데다 많은 실점이 나왔고 퇴장도 나와 처음 수비수로 뛰었다. 팀을 위해서라면 어느 자리든 상관없다."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 스포츠조선DB
한국에서 기성용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내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활약했던 중앙 수비 자리에 아들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1982년 국민은행에서 은퇴하기전까지 금호고-전남대를 거치며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던 기 회장에게 기성용의 중앙 수비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20년 넘게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20차례나 기록한 명장의 눈에 중앙 수비수 기성용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헤딩력은 떨어졌다. 성용이가 헤딩을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원래 중앙 수비는 (헤딩력, 위치선정 능력, 몸싸움 등) 많은 것을 갖춘 선수들이 뛰어야 하는 자리다. 아무래도 처음 뛰는 자리다보니 플레이가 어설픈게 있었지만 생갭다 큰 실수 없이 잘 한 것 같다." 기성용이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이후 스완지시티는 1골을 더 허용하며 0대3으로 패했다.

그러나 기 회장은 기성용의 중앙 수비수 변신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며 안도했다. 그는 "성용이가 리그에 첫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게 돼 서러웠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중앙 수비수를 보려면 동료들과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감독의 뜻이겠지만 앞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성용은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동료들과 트위터를 통해 친분을 쌓으면서 어느덧 팀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스완지시티 지역 적응도 곧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 회장은 "지금은 혼자 호텔 생활을 하고 있지만 10월 초에 집을 구해 이사할 예정이다. 새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경기에 계속 나서면 적응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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