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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호 황태자 '이용래'의 수난 시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18:39


◇이용래. 스포츠조선DB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말이 있다. 한도 없이 좋았다가 갑자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2012년의 이용래(26·수원)에게 딱 맞는 말이기도 하다.

2011년은 이용래 인생의 최고 전성기였다. 경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했다. K-리그 28경기에 나서 3도움을 올렸다. 골은 없었지만 팀 내에 없어서는 안될 소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A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조광래 감독은 이용래를 주목했다. 경남 시절 이용래를 발굴해 육성했던 전례도 있었다. 이용래는 조 감독 시절 빠짐없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월 카타르아시안컵 직전 대표로 발탁돼 17경기 전 게임에 출전했다. 카타르아시안컵 때는 6경기 전 게임에 풀타임 출전했다. 이용래는 조 감독 체제에서 첫 번째 카드였다.

하지만 2012년 들어 이용래의 시련이 시작됐다. 우선 A대표팀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 대표팀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이용래를 외면했다. 조 감독과 최 감독의 시각에 차이가 있었다. 조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의 수비능력, 안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미드필드 후방에서 상대팀 공격수를 저지하는 역할이었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공격 가담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원했다. 수비지향적인 이용래의 경기 스타일과 차이가 있었다. 이용래는 최 감독 아래에서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시련은 이어졌다. 수원의 일부 팬들이 이용래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즌 중반 연패를 당하자 수원팬들의 비난의 화살은 성실의 아이콘인 이용래에게로 향했다. 7월 14일 전북전에서 0대3으로 진 뒤 이용래는 팬들에게 성의 없는 몸짓으로 인사했다. 팬들은 이를 문제 삼아 '수원에 애정이 없는 선수는 떠나라'고 비난했다. 마음 고생에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러던 와중 이용래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가 찾아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자지라에서 이적 제의가 왔다. 이용래는 UAE까지 갔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알 자지라에서 이용래의 심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알 자지라의 메디컬 테스트를 담당했던 팀닥터가 문제였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 의무팀 소속이었다. 파브리스 무암바가 토트넘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질 당시 현장을 지켰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 테스트를 받던 당시의 이용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리그 경기가 이어지면서 피로가 쌓였다. 여기에 장시간 비행도 겹쳤다. 일시적인 심장 박동 이상에 알 자지라 팀닥터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용래는 DNA검사까지 하는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이상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못했다.

시련의 정점은 23일 제주전에서 찍었다. 전반 4분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오른발목을 잡고 있었다. 오승범의 태클에 걸렸다. 결국 교체아웃됐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이었다.

수원은 이날 제주를 2대1로 잡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경기 후 윤성효 수원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중원의 살림꾼 이용래의 부상 소식 때문이었다. 윤 감독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감독의 한숨과 함께 이용래의 '지옥 같던' 2012년도 막을 내렸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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