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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말이 있다. 한도 없이 좋았다가 갑자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2012년의 이용래(26·수원)에게 딱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2년 들어 이용래의 시련이 시작됐다. 우선 A대표팀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 대표팀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이용래를 외면했다. 조 감독과 최 감독의 시각에 차이가 있었다. 조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의 수비능력, 안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미드필드 후방에서 상대팀 공격수를 저지하는 역할이었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공격 가담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원했다. 수비지향적인 이용래의 경기 스타일과 차이가 있었다. 이용래는 최 감독 아래에서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시련은 이어졌다. 수원의 일부 팬들이 이용래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즌 중반 연패를 당하자 수원팬들의 비난의 화살은 성실의 아이콘인 이용래에게로 향했다. 7월 14일 전북전에서 0대3으로 진 뒤 이용래는 팬들에게 성의 없는 몸짓으로 인사했다. 팬들은 이를 문제 삼아 '수원에 애정이 없는 선수는 떠나라'고 비난했다. 마음 고생에 힘든 시간을 겪었다.
시련의 정점은 23일 제주전에서 찍었다. 전반 4분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오른발목을 잡고 있었다. 오승범의 태클에 걸렸다. 결국 교체아웃됐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이었다.
수원은 이날 제주를 2대1로 잡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경기 후 윤성효 수원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중원의 살림꾼 이용래의 부상 소식 때문이었다. 윤 감독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감독의 한숨과 함께 이용래의 '지옥 같던' 2012년도 막을 내렸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