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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이 선수단에 '사랑론' 전파하는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20 21:26 | 최종수정 2012-09-21 08:54


박경훈 제주 감독.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6.30/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다. 사랑은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뜬금없이 사랑의 정의를 서두에 쓴 것은 박경훈 제주 감독의 '사랑론' 때문이다. 그는 선수들과 미팅을 할때마다 독특한 '사랑론'을 전파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하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그는 "나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예쁜 짓을 하는 선수들에게 애정이 더 간다. 그 선수는 나한테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이러한 선수들에게 팔이 안으로 굽게 되더라. 5분 뛰게 해줄 것을 10분 뛰게 해줄 때도 있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이를 확대 설명했다. 경기장 전체에 적용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심판에게도, 상대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사랑론'을 대입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심판을 예로 들었다. 박 감독은 "심판도 똑같이 사람이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하지만 감정에 흔들릴때도 있다.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한다면 적어도 손해를 입는 것을 피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서 상대 선수에게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한다면 해를 입힐만한 과격한 태클도 하지 못할 것이고, 팬들에게 사랑받을만한 행동을 한다면 더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사랑받을만한 행동의 첫번째로 예의를 꼽았다. 그는 "항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반말이나 욕설은 안된다. 심판은 어쨌거나 선수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어른이다. 예의에서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 감독은 반대로 심판 역시 예의를 갖춰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어쨌든 축구판의 선후배들이다. 권위를 앞세워 나이까지 무시해서는 안된다. 먼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거기다 대고 인상을 찡그릴 감독이 어디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로 존중심을 꼽았다.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절대 거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깨끗한 그라운드의 시작은 예의와 존중, 더 크게는 사랑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스플릿제도가 도입하며 그라운드 내에서는 더욱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1승이 중요한 프로에서 박 감독이 강조하는 '사랑론'은 이상향일수도 있다. 그러나 한명 한명 이를 깨우치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K-리그는 더 좋은 리그가 될 수도 있다. 스포츠맨십이라는 단어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론'은 자꾸 마음에 남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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