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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극마크 달고 뛴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18 18:05


사진제공=울산 현대

"K-리그의 자존심을 위해, 한국축구의 위상을 보여줘야 한다."

'철퇴왕'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은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 올시즌 전북, 포항, 성남과 함께 아시아 평정을 외쳤다. 그러나 홀로 남겨졌다. 유일하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고지를 점령했다. 4강의 길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알힐랄을 만났다. 첫 무대는 19일 오후 7시30분 홈 구장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난 3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가 누렸던 환희는 부담이다. 2009년과 2010년, 포항과 성남이 아시아 정상을 밟았다. 2011년에는 전북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울산은 K-리그 자존심의 맥을 잇고 싶어한다. 아니,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감독은 지난 1일 FA컵 결승행이 좌절된 뒤 일찌감치 챔피언스리그 체제에 돌입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사우디로 날아가 알힐랄의 경기를 보진 못했다. 그러나 김준현 코치가 찍어온 영상을 보고 또 돌려봤다. 스플릿시스템 이후 휴식시간에도 상대의 단점 분석에 매진했다. 5일부터 4박5일간 떠난 '약속의 땅' 통영에서도 알힐랄전만 대비했다. 김 감독은 "알힐랄은 쇼트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다. 양쪽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좋고 공격 가담이 잦다. 압박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물갈이가 된 외국인선수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는 브라질 출신 웨슬리 로페스 다 실바(32)를 꼽았다. 웨슬리는 7월 루마니아 FC바슬루이에서 알힐랄로 둥지를 옮겼다. 264만유로(약 38억원)의 이적료를 발생시켰다. 왼발잡이인 웨슬리는 스트라이커와 섀도 스트라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브라질 출신답게 개인기도 화려하다. 중동축구의 적응도 필요없었다. 알 힐랄 이적 후 5경기에서 무려 7골을 터뜨렸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경계 대상은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야셰르 알 카타니(30)다. 6월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에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개인기가 뛰어나고 높은 골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알힐랄에서 158경기에 나서 83골을 기록한 득점기계다.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2002년부터 10년간 사우디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센추리 클럽(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44골을 퍼부었다.

수비에선 세네갈 국가대표 출신 카데르 망간(29)이 중심을 잡는다. 알힐랄은 약 38억원을 주고 프랑스 스타드 렌에서 망간을 데려왔다. 1m93의 장신인데다 흑인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과 경기조율 능력이 좋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 감독은 후반 '조커'로 투입될 K-리그 인천 출신 유병수도 경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감독은 18일 알힐랄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병수의 높은 골 결정력에 위축되기보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사용할 전략은 '콤팩트 패스'다. 정확하고 빠른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다 허점이 보이면 곧바로 '철퇴'를 날리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국가대표 '빅 앤드 스몰' 김신욱(24)과 이근호(27)의 유기적인 콤비플레이가 살아나줘야 한다. 좌우에선 발빠른 김승용(27)과 이승렬(23)이 측면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하피냐와 마라냥 등 외국인선수들의 높은 골 결정력도 알힐랄의 공격력에 견줘도 손색없는 '철퇴'로 작용할 것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고슬기(26)는 콤팩트 축구의 핵이다. 자신의 발을 거쳐 모든 공격이 이뤄진다. 안정된 공수조율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곽태휘(31)가 이끄는 포백 수비라인은 철옹성 수비를 준비 중이다. 에스티벤과 이 호(이상 30)가 호흡을 맞출 '더블 볼란치'도 강력한 '철퇴축구'를 완성할 중원의 축이 될 것이다. 울산은 수문장도 든든하다. A대표팀에선 2인자지만, 울산에선 영원한 주전 골피커인 김영광(29)이 버티고 있다.

울산 선수들은 알힐랄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안방에서 벌어지는 1차전을 반드시 승리해야 원정에서 모래 언덕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알힐랄전 만큼은 왼쪽 가슴에 박힌 구단 엠블럼(호랑이) 대신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울산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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