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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를 상대로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를 치른 QPR은 변화하고 있었다. 상대팀 첼시가 A매치의 영향으로 체력 저하의 기미를 보였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휴식기 동안 팀을 정비한 그들의 플레이는 이제 어느 정도의 틀은 갖춰가는 모습이었다. 맨시티, 첼시로 이어지는 버거운 연전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어낸 QPR, 그들이 꽃피운 희망에 대해 얘기해보자.
특히 앤디 존슨의 활동량이 가져온 효과는 상당히 컸다. 램파드-미켈의 수비형 미드필드 라인과 존 테리-다비드 루이스의 중앙 수비 라인 사이에 주로 머물렀던 이 선수는 공격을 풀어나갈 핵심 진영에서 볼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이는 뛰어 들어가는 자모라를 직접 겨냥하고, 리턴 패스를 통해 미드필드진에 다시 연결하며, 때로는 직접 측면으로 나아가 크로스까지 노리는 형태로 이어졌다. 덕분에 QPR의 공격 맥은 이전 경기들에 비해 한층 열린 모습이었다. 앞으로 상대 페널티 박스 앞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공격 전개를 보이며 4경기 2골에 그친 빈곤한 득점력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적인 관여도 좋았다. 맨시티전 자모라가 동점골을 터뜨리기 직전, 슈팅을 날리는 시발점이 된 적극적인 수비는 첼시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라네로-파울린만으로 첼시의 버틀랜드-아자르-하미레스에, 간간이 치고 올라오는 램파드까지 막아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을 터, 공격진들은 이를 잘 분담해주었다. 마타처럼 중앙에서 공격을 이어줄 선수가 없었던 첼시는 롱패스에 기대는 측면이 컸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앞선 공격수들이 뚫어놓은 맥을 따라 공격을 전개해나간 그라네로-파울린 라인은 박지성-디아키테를 세웠던 1~2 라운드에 비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키핑력과 패싱력으로 중앙에서 볼을 점유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QPR의 공격이 시작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대 수비를 등진 공격수가 압박에 떠밀려 뒤로 리턴 패스를 내주었을 때, 상대 진영으로 짧고 긴 패스가 재차 살아 들어갔고, 그 덕분에 공격을 끊임없이 유지해나간 것. 이 상황에서 공격의 중심 축이 좌우로 이동하면서 QPR은 좌측 35%, 중앙 34%, 우측 31%라는 고른 공격 전개를 보이기도 했다. 붕 뜬 상태에서 속은 비어있는 느낌이 강했던 중앙이 점차 내실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변화 속의 QPR, 박지성의 존재감은?
3라운드에 이어 이번에도 왼쪽 측면에 배치된 박지성. 그라네로의 크로스를 연결한 헤딩 슈팅은 골키퍼 체흐의 정면으로 갔고, 마키의 패스를 받아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임펙트가 제대로 안 걸려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또, 왼쪽 측면에서 보다 위협적인 플레이로써 QPR의 공격을 이끌어가지도 못했다. '드러나는 영웅'이라고 평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소리 없는 영웅' 역할을 해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볼을 빼앗겼을 때, 성큼성큼 다가가 상대의 맥을 확실히 끊어놓는 태클은 수비 분담이라는 기본적인 효과는 물론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플레이었다. 그 외 아군과 적군의 페널티 박스 사이를 수시로 오갔던 것도 상당한 플러스 요소였다. 캡틴이 죽어라 뛰는데, 팀원이 넋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것이 곧 '캡틴' 박지성의 존재감이 아니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