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오일 머니 파워' 과시한 알 힐랄, 태풍 속 사진촬영 삼매경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1:12 | 최종수정 2012-09-17 11:12


사진캡처=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울산은 17일 태풍 '산바'의 영향권에 들었다. 강우와 강풍이 몰아쳤다. 위력이 대단했다. 울산 시민들은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밖으로 뛰쳐나간 이들이 있었다. 바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르기 위해 울산으로 날아온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알 힐랄 선수들이었다. 태풍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모래 폭풍은 봤어도 사우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울산 현대 호텔을 빠져나와 비바람 속에서 사진촬영 삼매경에 빠졌다. 게다가 '비오는 날 신는 축구화를 사러 가야 한다'며 호텔 관계자에게 축구 용품점을 문의하기도 했다.

울산은 현대 중공업이 모기업이다. 수원, 서울, 전북 등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일 머니 파워' 앞에선 조족지혈이었다. 알 힐랄은 지난 15일 구단 전세기를 이용해 부산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울산으로 이동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까지 30여명이 넘게 한국을 찾았다. 왕족인 구단주(압둘라흐만 빈 무사드 빈 압둘 아지즈)도 출동했다. 아지즈 왕자는 무사이드 빈 압둘라지즈 알 사우드 왕자의 아들이다. 아지즈 왕자는 구단에 무한 애정을 쏟고 있다. 유니폼 스폰서와의 계약을 맺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TV중계권과 용품 판매, 멤버십으로 모자른 운영 자금은 자신이 메워준다. 4000만달러(약 445억원)를 지원해 티아고 네베스, 크리스티안 윌렘손, 미렐 라도이 등 외국인선수들과 오사마 하우사위, 유셰프 엘-아라비 등 사우디 대표 출신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맞춰준다.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것은 아지즈 왕자의 스케일이다. 5일간의 한국 여행을 위해 30개의 가방을 챙겨왔을 정도다. 개인용 포크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지즈 왕자의 파워는 사우디 대사관도 움직였다. 사우디 대사관에선 선수단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선 원정 팀의 편의를 위한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차량의 경우 25인승 버스 한 대, 승용차 한 대, 5톤 탑차 한 대로 정해져 있다. 숙소의 경우 공항을 비롯해 훈련장, 경기장의 거리를 따진 5성급 호텔이어야 한다. 헌데 알 힐랄 측은 업그레이드된 규정을 원하고 있다. '울산에서 가장 좋은 차를 구해달라', '로얄 스위트룸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상 규정으로 정해진 비용만 홈 팀에서 계산하고 초과된 비용은 원정 팀이 부담한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방식이기에 동일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알 힐랄은 초과 비용에 대해 전혀 상관없다는 모습이다. 얼마가 됐든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며 가장 좋은 편의를 제공받고 싶어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