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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아스날, 두 팀 모두 시간이 필요해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11:35 | 최종수정 2012-09-03 16:59


사진=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캡쳐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실수 없이 완벽한 플레이만 있다면 스코어는 0-0이 될 수밖에 없다."

미셸 플라티니의 멘트가 떠오르는 경기였다. 리빌딩 과정이 완벽치 않았던 두 팀은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며 0-0 균형을 맞춰갔다. 어느 한 팀이 패스 미스로 공격을 끊어먹으면, 다른 한 팀이 이를 기회로 잡아 위협할 수 있어야 했는데, 또 이 팀 마저도 실수하며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 중 그나마 이적생 포돌스키와 카솔라가 한 골씩을 터드리며 실수를 만회해 나간 아스날이 안필드에서 시즌 첫 승을 챙겨갈 수 있었다.

리버풀 : 레이나 / 엔리케-아게르-스크르텔-글랜 존슨 / 사힌(쉘비, 후24)-조 알렌 / 스털링-제라드-보리니(다우닝, 후9) / 수아레즈.

득점(0) : X

아스날 : 마노네 / 깁스-베르마엘렌(코시엘리니, 후45)-메르테사커-젠킨슨 / 디아비-아르테타-카솔라 / 포돌스키(산토스, 후36)-지루-쳄벌레인(아론 렘지, 후27)

득점(2) : 포돌스키(전31), 카솔라(후23)

체력 저하-부조화-패스 미스. '시간'이 절실한 리버풀.

한국시각 기준 8월 31일 오전 4시 이후 9월 2일 오후 9시 반에 또 경기를 치렀다. 라인업에 변화를 주었다고는 하나, 레이나, 스크르텔, 조 알렌, 제라드, 수아레즈가 중복됐음을 간과할 순 없다. 이적생으로 첫 선을 보인 사힌은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론상 리버풀이 입히고자 하는 색깔에 더없이 좋은 자원임은 틀림없는데 첫 경기라는 현실적인 한계는 있었다. 또, 짧은 패스에 미스가 생기자 개개인이 볼을 잡는 시간이 길어지고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는 등, 아직은 로저스 감독의 축구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세 가지 원인에 발목을 잡힌 리버풀의 플레이는 '완성되지 않은 패스 축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맛을 내며 여전히 상한가를 치고 있는 티키타카 스타일은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하기는 힘들다는 게 문제다. 특히 이를 흉내내던 팀 중 상당수가 전진 패스에 실패한 뒤 역습을 당하는 장면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는데, 리버풀 역시 포돌스키에 첫 골을 내주는 장면에서 이와 유사한 약점에 드러내고 말았다. 또, 이 외 미완성된 어설픈 스타일로 아스날 수비를 무너뜨리려다 보니 엄청나게 애를 먹기도 했다. 공-수 양면 모두에서 아쉬웠던 리버풀 축구엔 분명 시간이 필요했다.

이 와중에 한줄기 희망으로 비쳤던 선수라면 스털링, 조 알렌, 쉘비 정도가 아니었을까. 94년 생 스털링은 ?지난 맨시티전 활약에 이어 이번에도 선발 출장해 골대를 맞히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경기 전체를 뒤집을 정도의 포스를 발휘하진 못했고, '조금 더 성장하면'이란 전제 조건을 완벽히 떼내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조 알렌은 구석구석 정확하게 볼을 운반하며 루카스 레이바의 공백을 잘 메워냈고, 쉘비는 교체 투입돼 임펙트 있는 슛팅을 날리며 끝까지 아스날을 추격했다. 이 세 선수가 다음엔 리버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첫 득점-첫 승-연속 무실점. '조금씩' 살아난 아스날.

시작은 좋지 못했다. 리버풀이 짧게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 흐름 속에서 아스날의 축구를 보여주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선더랜드, 스토크시티라는 그리 어렵지 않은 팀을 상대로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공격 진영에서의 부조화는 여전했다. 좌우로 배치한 포돌스키, 쳄벌레인은 리버풀 측면 수비를 성가시게 하지 못했고, 지루는 여전히 조용했다. 포돌스키의 선제골이 터지기 직전까지 베르마엘렌의 중거리 슛팅이 가장 인상적이었을 정도로 공격 전체가 잠잠했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아스날이 결국 살아날 수 있었던 근간엔 세 경기 연속 무실점의 수비력이 있었다. 일단 공격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질 않더라도, 골을 쉽게 내주지만 않는다면 90분 흐름 속엔 언제든 반전의 계기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우선 베르마엘렌-메르테사커가 버틴 중앙 수비 진영은 공격 전개가 정확했던 것도 아니고 스피드에 뒤처진 모습을 종종 보여주긴 했으나, 대개 수비적으로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또, 측면 젠킨슨은 파란의 주인공 스터링의 돌파를 대부분 저지해냈고, 이러한 플랫 4를 둘러싼 아르테타는 송이 빠진 자리를 최소화하며 용의 눈동자에 점을 찍었다.

여기에 조금 더 전진 배치된 선수들도 안필드 함락에 박차를 가했다. 수비 분담 뒤 부지런히 공격적으로 올라간 디아비의 움직임은 정적인 아스날의 공격 흐름에 꾸준히 파동을 주곤 했다. 직접 볼을 받아 공격을 이어나갔다는 차원에서도, 또 리버풀 수비를 끌어내며 동료 공격수들에 공간을 주었다는 차원에서도 디아비는 훌륭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포돌스키-카솔라가 골을 성공시켰는데, 여기에 원톱과 오른쪽 카드까지 살아난다면 맨유맨 반 페르시의 모습을 보며 배가 덜 아프지는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은 완성을 향해 도약하는 단계지만 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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