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이 1일 전남 광양읍에서 열린 팬 미팅 행사에서 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선수들의 팬 미팅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시즌을 전후해 열리는 구단의 다양한 이벤트에서 선수들과 만날 기회가 잦아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모든 팬들의 꿈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선수와 한 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꿈을 현실로 이룬 소녀들이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윤석영(23·전남)과 일일 데이트가 펼쳐졌다. 전남 구단이 2012년 런던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일 구단 공식 페이스북 계정(http://www.facebook.com/dragonsfc)을 통해 진행한 응원 메시지 이벤트에서 당첨된 5명의 소녀들이 흔치 않은 '소수정예 팬 미팅'의 기회를 잡았다. 가깝게는 전주, 멀리는 서울에서 윤석영을 보고자 달려왔다. 전남 구단 관계자는 "한 팬은 장거리 여행을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왔다"고 혀를 내둘렀다.
◇윤석영은 이날 능숙한 고기 굽기 솜씨 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뽐내 멀리서 찾아온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밥상을 아무리 잘 차려놓아도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꽝'이다. 윤석영의 서비스는 만점이었다. 런던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와 K-리그 경기를 치르느라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 금쪽같은 주말 휴식시간에 마련된 이벤트에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임했다. 오히려 "이렇게 여성들 사이에서 밥을 먹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유명해진 식당 측의 배려로 마련된 산더미 같은 광양불고기를 노련하게 숯불에 구우면서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클라이맥스는 노래였다. '멀리까지 왔으니 노래를 불러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잠시 머뭇하더니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사~랑~ 한단 말로는~ 사랑할 순 없군요~" 버스커버스커의 '정말로 사랑한다면'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눈을 감으면서 제법 감정을 잡고 부른 노래에 팬들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노래를 마친 윤석영이 입을 열었다. "아마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게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에요."
◇윤석영은 시즌을 마친 뒤 직접 요리사로 변신해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고민해 볼 생각이다.
고기를 능숙히 굽는 윤석영을 바라보던 구단 관계자는 "시즌을 마친 뒤 (윤)석영이가 직접 팬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이벤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며 운을 띄웠다. 윤석영의 취미 중 하나는 '요리'다. 오랜기간 축구를 위해 홀로 성장해 가면서 터득한 손맛이 제법이라는 평이다. 주변에 있던 팬들도 관심을 보이자 윤석영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이번 기회를 놓친 팬들은 올 겨울 윤석영이 차린 진짜 밥상을 기대해 볼 만하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