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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의 임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골을 터뜨리지 않고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이근호에게 '골'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기대때문이다. 지난시즌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15골을 터뜨렸다. 자신이 세운 목표치는 반드시 달성한다. 그를 '킬러'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 하는 이근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 또 터지겠지"라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근호는 골이 없어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 매력은 '철퇴' 코드와 들어맞는다. 쉴새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진을 혼미하게 만든다. 플레이 모습은 인천으로 떠난 설기현과 동색이다. 그러면서 순간 상대 허점을 파고든다. 주로 측면이다. 상대 날개를 꺾어 중앙 수비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공헌도로 따지면 팀 내 최다골(5골)을 터뜨린 '흙속의 진주' 마라냥 못지 않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총 15경기에서 13경기를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했다. 강철체력으로 상대의 진을 빼놓은 뒤 후반 조커들이 펄펄 날 수 있게 도왔다. 크로스의 질도 높아졌다. 힘 조절이 부족해 보이던 시즌 초반과 다른 모습이다. 베이징전에서도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전반 20분 김승용의 헤딩골을 돕기도 했다.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이근호의 팔색조 매력. 울산의 '철퇴축구'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