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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기째 침묵한 이근호, 골 없어도 매력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5-03 13:46


이근호. 사진제공=울산 현대

공격수의 임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골을 터뜨리지 않고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태양의 아들' 이근호(27·울산 현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골 침묵이 생갭다 길어지고 있다. 벌써 8경기 째다. 3월 31일 상주전(2대2 무)에서 시즌 4호 골을 성공시킨 이후 좀처럼 득점포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손쉽게 골 감각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페널티킥을 놓쳤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막히는 경우가 잦다. 골문을 어이없이 벗어나는 슈팅도 늘었다.

지난 2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5차전(3대2 승)에서도 그랬다. 전반에만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득점 찬스를 두 차례나 놓쳤다. 그의 발을 떠난 슈팅은 모두 막혔다. 이근호의 골이 보태졌다면 일찌감치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을 수도 있었던 터라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근호에게 '골'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기대때문이다. 지난시즌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15골을 터뜨렸다. 자신이 세운 목표치는 반드시 달성한다. 그를 '킬러'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 하는 이근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언젠가 또 터지겠지"라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근호는 골이 없어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 매력은 '철퇴' 코드와 들어맞는다. 쉴새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진을 혼미하게 만든다. 플레이 모습은 인천으로 떠난 설기현과 동색이다. 그러면서 순간 상대 허점을 파고든다. 주로 측면이다. 상대 날개를 꺾어 중앙 수비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공헌도로 따지면 팀 내 최다골(5골)을 터뜨린 '흙속의 진주' 마라냥 못지 않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총 15경기에서 13경기를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했다. 강철체력으로 상대의 진을 빼놓은 뒤 후반 조커들이 펄펄 날 수 있게 도왔다. 크로스의 질도 높아졌다. 힘 조절이 부족해 보이던 시즌 초반과 다른 모습이다. 베이징전에서도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전반 20분 김승용의 헤딩골을 돕기도 했다.

이근호는 '강심장'이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다양한 국제대회를 치른 풍부한 경험이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4년 19세 이하 대표였던 이근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로 뛰었다. 이후 꾸준하게 A대표로도 활약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경기에선 3골을 터뜨려 한국 선수 중 최다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A매치 41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빌로 이와타와 감바 오사카를 거치면서 일본 축구도 경험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이근호의 팔색조 매력. 울산의 '철퇴축구'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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