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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입에는 재갈-오심은 계속, 두 얼굴의 K-리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4-22 14:54


21일 FC서울-제주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배일환의 슈팅 때 제주 선수가 확실한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장면. 사진캡처=KBSN 방송화면

"또 오프사이드야!" FC서울의 탄식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10월 3일 라이벌 수원전에서 오프사이드 오심에 울었다. 한 골로 희비가 엇갈렸다. 결승골을 터트린 스테보에게 어시스트한 박현범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지만 상처는 컸다. 정규리그 2위의 꿈을 접었다.

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맞닥뜨렸다. 시즌 초반이지만 2, 3위의 대결이라 관심이 뜨거웠다. 제주가 승점 17점(5승2무1패)으로 2위, 한 경기를 덜 치른 서울이 3위(승점 14점·4승2무1패)였다. 9라운드의 하이라이트였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빗속에도 1만명에 가까운 팬들이 그라운드를 찾았다.

장군멍군, 공격 축구의 향연이 90분내내 이어졌다. 박진감이 넘쳤다. 서울이 먼저 웃었다. 후반 31분 교체투입된 김현성이 헤딩골을 터트렸다. 90분에서 시간은 멈췄다. 인저리타임 4분이 주어졌다. 3분여가 흘렀다. 경기는 그대로 끝날 것 같았다. 제주가 마지막 공격에 나섰고, 서울의 골망이 출렁였다.

오심의 덫에 걸렸다. 동점골의 주인공은 산토스였다. 볼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걸려져야 할 명백한 오프사이드가 침묵의 그림자에 가렸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가 지나쳤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도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주 배일환의 슈팅이 서울 수문장 김용대에 맞고 흘러나왔다. 서동현이 볼을 잡았다. 그 순간 휘슬이 울려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배일환이 슈팅할 때 최종 수비수보다 2~3m나 앞서 있었다. 김대석 제1 부심의 지근거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서동현이 볼을 허재원에게 연결했고, 산토스가 허제원의 크로스를 왼발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종료 휘슬이 울렸다.

균형이 깨지지 않았거나 한 골차 경기는 종착역에 가까워 질수록 더 치열해진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배가 된다. 매의 눈으로 흐름을 주시해야 하는 그라운드의 판관도 더 예리해져야 한다. 그러나 그는 넋을 놓고 있었다.

이날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이 경기장을 찾았다. 명승부는 오심으로 얼룩졌다. 연맹 관계자들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로 서울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승점 3점이 1점이 된 서울은 땅을 쳤다. 제주는 환희의 무승부에 감격해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 들어가기 전 오프사이드 동점골 영상을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느린 화면을 보지 못했다"고 회피한 후 "경기는 끝났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규정의 벽이 있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지난해 호기롭게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코칭스태프, 선수 등 K-리그 관계자는 경기 판정이나 심판 관련해 공식 인터뷰 등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를 통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별도 규정으로 제재할 예정이다.' 김상호 강원 감독이 첫 희생양이었다. 1일 광주전에서 불만을 제기하자 지체없이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현장의 입에는 재갈을 물렸다. 심판들의 질도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 오심을 최소화해야 한다. 겉으로는 '달라졌다', '깨끗해 졌다'고 과대포장한다. 그라운드의 불신은 여전하다. 결정적인 오심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수원-경남전에서 후반 5분 경남 수비수가 골키퍼 김병지에게 준 백헤딩이 골라인을 넘었지만 골로 인정되지 않은 장면.
이날 수원도 경남 원정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분루를 삼켰다. 후반 7분 경남 윤신영의 헤딩 백패스가 화근이었다. 그의 머리를 떠난 볼은 헤딩슛처럼 강하게 꽂혔다. 수문장 김병지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골라인 통과 여부가 논란이 됐다. 느린 화면에는 볼이 골라인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었다. 수원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득점없이 비겼다. 수원도 승점 3점을 도둑맞았다면 분통해하고 있다.

올시즌 6강 플레이오프가 사라졌다. 차곡차곡 쌓은 승점으로 운명이 결정된다. 판정 하나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다. 승점 1점에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심판은 신이 아니지만, 신이 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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