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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남자들이다. 바르셀로나만 없었다면 모든 영광의 훈장을 얻을 수 있는 두 남자들이다. 프리메라리가 한시즌 팀 최다골 기록(109골)을 세우고도 수비축구 논란에 시달렸고, 프리메라리가 한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41골)을 갖고도 리오넬 메시에 밀려 2인자 칭호를 받고 있다. '스페셜원' 조제 무리뉴(48)와 '8000만파운드의 사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이야기다.
무리뉴 감독은 이날 '엘 클라시코'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정상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다. 수세시에는 특유의 수비전술을, 공세시에는 특유의 역습전술을 시도했다. 전반 17분 사미 케디라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지만, 후반 26분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때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진짜 힘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리뉴 감독은 하프타임 도중 "동점골이 터진 시점부터 공격에 나서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힘 대 힘으로 맞붙는다면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무리뉴 감독의 뚝심이 만든 승리였다.
기획은 무리뉴 감독이 했다면, 주연은 역시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팀 승리를 결정짓는 후반 28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메시에게 쏟아져 내리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으로 바꿀 기회를 만들었다. 호날두의 의지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호날두는 '큰 경기에 약한 사나이', '엘 클라시코에 약한 사나이'라는 좋지 않은 수식어를 갖고 있었다. 호날두는 18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칼을 갈았다. 결승골을 넣고도 특유의 거만한 세리머니 대신 동료들에게 침착함을 주문했다. 호날두가 얼마나 바르셀로나전 승리를 염원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호날두는 이날 골로 42골을 넣으며 득점왕 경쟁에서도 메시에 한발 앞서게 됐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호날두가 1인자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