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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포항' 황진성, 편견-부진 날린 30-30 클럽 가입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22 18:14


22일 전북전 결승골을 기록한 황진성이 기도 골세리머니(티보잉)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축구계에는 오래된 편견 하나가 있다. 기술이 좋은 선수는 체력이 약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다.

황진성(포항)이 그랬다. 기술은 최고였다. 외국인 선수들도 '포항에서 기술이 제일 좋은 선수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스스럼없이 '황진성'을 지목했다. 목동중 시절부터 왼발 하나로 전국을 주름잡았다. 포철공고로 온 뒤에는 1년간 브라질 유학도 다녀왔다. 브라질 선수들 가운데서도 기술만은 발군이었다. '메이드 인 포항'이었다.

2003년 포철공고 졸업과 동시에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동기생인 박원재(전북) 오범석(수원)보다 데뷔는 빨랐다. 김상록 나희근 등의 뒤를 받치는 조커로 나섰다. 확실한 교체자원이었다. 19경기에 나서 1골 5도움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24경기에 나와 3골 2도움을 올렸다.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따바레즈와 김기동에게 밀렸다.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2009년까지 5시즌 동안 선발출전보다는 교체출전이 더 많았다. '풀타임을 뛸 수 없는 선수'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다른 팀에서 제의가 쇄도했다. 주전 보장은 물론이고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 황진성은 포항을 떠나지 않았다. 포항의 '검빨 줄무늬' 티셔츠 외에는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뿐이었다.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먹는 것부터 바로 잡았다. 2009년 결혼한 아내가 만들어준 보양식을 먹으며 체력의 기초를 다졌다. 웨이트트레이닝에도 매진했다. 가장 먼저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나와 가장 늦게 떠나는 선수가 됐다. 팀 내 바닥권이었던 체력도 어느덧 중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이제 더이상 황진성을 두고 '체력이 안되는 선수'라는 평가는 없다.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올라섰다. 2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9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황진성은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29골-43도움으로 30-30클럽에 1골만을 남겨놓았다. 지난해 7월 9일 대전과의 경기 이후 9개월간 골이 없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답답해했다. 황진성의 득점이 터져야 포항의 공격력도 살아날 수 있었다.

아홉수는 경기 시작 3분만에 풀렸다. 조찬호의 패스를 받은 황진성은 페널티 지역 앞에서 왼발 다이렉트 슈팅을 날렸다. 원바운드 슈팅은 그대로 전북의 골문에 빨려들어갔다. 정신적인 부담감을 날렸다. 경기 후 황진성은 "기록 달성을 앞두고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며 "매번 경기가 끝나면 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이제는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어서 좋다"고 기뻐했다.

포항은 황진성의 골을 잘 지켜내며 1대0으로 승리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포함 최근 3연패를 털어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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