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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는 오래된 편견 하나가 있다. 기술이 좋은 선수는 체력이 약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다.
하지만 2005년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따바레즈와 김기동에게 밀렸다.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2009년까지 5시즌 동안 선발출전보다는 교체출전이 더 많았다. '풀타임을 뛸 수 없는 선수'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다른 팀에서 제의가 쇄도했다. 주전 보장은 물론이고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 황진성은 포항을 떠나지 않았다. 포항의 '검빨 줄무늬' 티셔츠 외에는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뿐이었다.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올라섰다. 2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9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황진성은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29골-43도움으로 30-30클럽에 1골만을 남겨놓았다. 지난해 7월 9일 대전과의 경기 이후 9개월간 골이 없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답답해했다. 황진성의 득점이 터져야 포항의 공격력도 살아날 수 있었다.
아홉수는 경기 시작 3분만에 풀렸다. 조찬호의 패스를 받은 황진성은 페널티 지역 앞에서 왼발 다이렉트 슈팅을 날렸다. 원바운드 슈팅은 그대로 전북의 골문에 빨려들어갔다. 정신적인 부담감을 날렸다. 경기 후 황진성은 "기록 달성을 앞두고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며 "매번 경기가 끝나면 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이제는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어서 좋다"고 기뻐했다.
포항은 황진성의 골을 잘 지켜내며 1대0으로 승리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포함 최근 3연패를 털어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