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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헝다 전북전 대승 후 中축구 기살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3-21 14:34 | 최종수정 2012-03-21 14:49


전북과 광저우 헝다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1차전이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광저우 서포터즈가 경기 전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3.07/

"광저우헝다가 전북현대에 5대1로 이겼는데…."

20일 성남일화와 텐진테다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자들은 의기양양했다. 말끝마다 광저우헝다가 'K-리그 디펜딩챔피언' 전북을 상대로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승한 사실을 언급했다. 기가 부쩍 살았다. 중국축구의 전통적인 아킬레스건인 '공한증(중국축구의 한국축구에 대한 공포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전북 울산 포항 성남 가운데 포항을 제외한 세 팀이 중국과 맞대결한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H조의 전북현대가 광저우헝다에 1대5로 대패했다. F조의 울산현대는 베이징궈안을 2대1로 이겼다. 1승1패를 나눠가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면 한국 30위(아시아 2위), 중국이 68위(아시아 6위)다. 단순히 랭킹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패배다.

광저우의 승리는 중국 축구계에서 큰 화두가 됐다. 결과에 도취됐다. 한국과 중국의 FA컵 챔피언인 성남-텐진전을 앞두고도 '자존심 싸움'이 팽팽했다. 이날 중국 취재진은 신태용 성남 감독을 향해 질문 공세를 펼쳤다. "광저우의 대승 이후 중국 내에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의 분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내일 양국의 FA컵 우승팀인 성남과 텐진의 대결은 어떻게 보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다분히 자존심을 자극하는 질문이었다. K-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신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 당당하게 답했다. "전북의 패배가 충격적일 수는 있지만 아직은 한국축구가 분명 한수위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진 텐진의 기자회견에서도 "지난해 텐진은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0대3으로 졌는데, 올해 1차전에선 광저우헝다가 전북을 5대1로 이겼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을 받은 K-리그 출신 주전 센터백 리웨이펑은 현실을 직시했다. 2009~2010년까지 수원삼성에서 두 시즌을 보낸 리웨이펑은 K-리그의 수준을 인정하면서도, 광저우헝다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광저우는 슈퍼리그에서도 걸출한(outstanding) 팀이다. 용병들도 다른 팀보다 실력이 출중하고 K-리그 용병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다. 일반적인 중국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텐진과 성남전에서 그런 스코어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리웨이펑의 전언대로 전북전에서 골을 기록한 건 모조리 특급용병들이다. 브라질 용병 클레오가 2골, 무리키가 1골, 아르헨티나 용병 다리오 콘카가 2골을 넣었다. 콘카의 이적료와 연봉은 줄잡아 300억원에 달한다. 광저우 굴지의 건설그룹 헝다는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승리수당을 대폭 올렸다. 이길 때마다 승리수당 600만 위안(약 10억원), 비길 때마다 300만 위안(약 5억원)의 '당근'을 지급한다. '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기자회견 직후 중국 기자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최근 중국 슈퍼리그에서 스타플레이어 영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중국 축구의 최근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중국축구의 발전상에 기대감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축구계 관계자 역시 "광저우의 대승 이후 한-중전에 대한 중국내 관심이 급증했다. 인기와 관심의 바로미터인 축구팬들의 베팅액도 한-중전에 대거 몰렸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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