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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의 '롱스로인' 성남 2연속 인저리타임골의 비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3-12 14:07


11일 오후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2012 K리그 성남 일화와 상주 상무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성남 요반치치와 김성환(오른쪽)이 환호하고 있다.
성남=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03.11.

'성남 일화의 부주장' 김성환(26)이 터치라인에 들어서서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면, 상대 선수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힘껏 던진 공은 30~40m는 족히 날아 페널티박스 중심부에 수직낙하한다. 때로 손은 발보다 강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간투석기' 로리 델랍(스토크시티)에 자주 비교되는 김성환의 전매특허 '롱스로인'은 성남 '신공(신나게 공격)'이 장착한 '공격 필살기'다.

2경기 연속 짜릿 동점골 부른 '환상의 손맛'

성남은 7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나고야전에 이어 11일 상주상무와의 홈 개막전에서 2경기 연속 '인저리타임' 동점골을 기록했다. 극적이었다. 비기고도 이긴 듯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2번의 짜릿한 '버저비터 골' 모두 시작점이 김성환의 롱스로인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성환의 '손맛'은 어지간한 코너킥, 프리킥보다 효율적이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성환이의 장기인 롱스로인은 코너킥만큼 위력적이다. 데뷔 초부터 알려져 상대 수비수에게 읽히는 경우도 있지만 올 시즌에도 여전히 전술상 유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나고야전 후반 48분, 오른쪽 라인끝에서 김성환의 롱스로인은 요반치치의 머리를 맞고 에벨톤의 발끝에 걸렸다. 에벨톤의 오버헤드킥 어시스트에 이은 에벨찡요의 오버헤드킥 동점골로 적지에서 2대2 귀한 무승부를 건졌다. 상주전 인저리타임인 후반 50분,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터진 '세르비아 용병' 요반치치의 동점골 역시 김성환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김성환이 던져올린 공은 문전에 있던 사샤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했다. 전성찬의 발끝, 임종은의 크로스에 이어 요반치치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오차 없는 논스톱 패스, 헤딩골로 이어진 인저리타임 '마법 신공'이었다.


◇성남일화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  스포츠조선 DB
프로 4년차 K-리그 100경기 '소리없는 영웅'

김성환은 광안중-동래고-동아대를 거친 '부산 사나이'다. 동래고 시절 공격수로 활약했다. 2004년 전국고교선수권에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롱스로인'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봐준 건 최영일 동아대 감독이다. 터치라인에서 골대까지 공을 던지는 타고난 팔힘에 주목했다. 동아대 진학 이후 롱스로인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등 매서운 손맛을 자랑했다.

2009년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에 입단했다. 초반 팀사정상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지만,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완벽 변신했다. 프로 데뷔와 함께 '한국의 델랍'이라는 별명으로 각광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성남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으로 인정받길 원했다.

자타공인 '터프가이'이자 성남의 '소리없는 영웅'이다.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몸사리지 않는 수비의 투쟁력을 자랑한다. 폭넓은 활동량과 희생적인 플레이는 공수에 활력소가 된다. 공격형 미드필더 윤빛가람, 전성찬, 심지어 중앙수비수 사샤의 거침없는 오버래핑은 뒤를 든든히 받치는 김성환에 대한 '무한신뢰' 덕분이다. 어떤 경우에도 김성환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신공'의 터프한 살림꾼이다. 신 감독은 "김성환은 힘도 좋고, 많이 뛰고, 성격도 좋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감독의 마음을 읽고 앞장서서 팀을 리드하는 일꾼"이라고 칭찬했다.

'캡틴' 사샤와 함께 '부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한다. 11일 인저리타임 골로 상주에 가까스로 비긴 직후 성남 라커룸 분위기는 전에 없이 착 가라앉았다. 지난 겨울 요반치치, 윤빛가람, 한상운, 김성준, 황재원, 이현호 등을 '폭풍' 영입하며 '신공' 신화를 예고했던 성남 선수단은 2경기째 무승(1무1패)에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다. 경기 직후 신 감독도 모처럼 쓴소리를 했다. "나는 경기 후 고개 숙이고 앉아있는 게 제일 보기 싫다. 지든 이기든 90분이 끝난 후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면 웃을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신 감독이 나간 직후 부주장 김성환이 앞으로 나섰다. 스태프들에게 선수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나가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각자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고, 파이팅을 결의했다. 선수들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지난 3일 전북현대와의 공식 개막전은 프로 4년차 김성환의 K-리그 100번째 경기였다. 2009년 첫 시즌에 K-리그 준우승, 2010년 두번째 시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세번째 시즌에 FA컵 우승을 맛봤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이기는 프로의 습관'을 알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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