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일화의 부주장' 김성환(26)이 터치라인에 들어서서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면, 상대 선수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힘껏 던진 공은 30~40m는 족히 날아 페널티박스 중심부에 수직낙하한다. 때로 손은 발보다 강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간투석기' 로리 델랍(스토크시티)에 자주 비교되는 김성환의 전매특허 '롱스로인'은 성남 '신공(신나게 공격)'이 장착한 '공격 필살기'다.
나고야전 후반 48분, 오른쪽 라인끝에서 김성환의 롱스로인은 요반치치의 머리를 맞고 에벨톤의 발끝에 걸렸다. 에벨톤의 오버헤드킥 어시스트에 이은 에벨찡요의 오버헤드킥 동점골로 적지에서 2대2 귀한 무승부를 건졌다. 상주전 인저리타임인 후반 50분,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터진 '세르비아 용병' 요반치치의 동점골 역시 김성환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김성환이 던져올린 공은 문전에 있던 사샤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했다. 전성찬의 발끝, 임종은의 크로스에 이어 요반치치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오차 없는 논스톱 패스, 헤딩골로 이어진 인저리타임 '마법 신공'이었다.
|
2009년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에 입단했다. 초반 팀사정상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지만,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완벽 변신했다. 프로 데뷔와 함께 '한국의 델랍'이라는 별명으로 각광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성남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으로 인정받길 원했다.
자타공인 '터프가이'이자 성남의 '소리없는 영웅'이다.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몸사리지 않는 수비의 투쟁력을 자랑한다. 폭넓은 활동량과 희생적인 플레이는 공수에 활력소가 된다. 공격형 미드필더 윤빛가람, 전성찬, 심지어 중앙수비수 사샤의 거침없는 오버래핑은 뒤를 든든히 받치는 김성환에 대한 '무한신뢰' 덕분이다. 어떤 경우에도 김성환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신공'의 터프한 살림꾼이다. 신 감독은 "김성환은 힘도 좋고, 많이 뛰고, 성격도 좋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감독의 마음을 읽고 앞장서서 팀을 리드하는 일꾼"이라고 칭찬했다.
'캡틴' 사샤와 함께 '부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한다. 11일 인저리타임 골로 상주에 가까스로 비긴 직후 성남 라커룸 분위기는 전에 없이 착 가라앉았다. 지난 겨울 요반치치, 윤빛가람, 한상운, 김성준, 황재원, 이현호 등을 '폭풍' 영입하며 '신공' 신화를 예고했던 성남 선수단은 2경기째 무승(1무1패)에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다. 경기 직후 신 감독도 모처럼 쓴소리를 했다. "나는 경기 후 고개 숙이고 앉아있는 게 제일 보기 싫다. 지든 이기든 90분이 끝난 후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면 웃을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신 감독이 나간 직후 부주장 김성환이 앞으로 나섰다. 스태프들에게 선수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나가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각자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고, 파이팅을 결의했다. 선수들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지난 3일 전북현대와의 공식 개막전은 프로 4년차 김성환의 K-리그 100번째 경기였다. 2009년 첫 시즌에 K-리그 준우승, 2010년 두번째 시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세번째 시즌에 FA컵 우승을 맛봤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이기는 프로의 습관'을 알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