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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수준 높은 경기력, 그 무엇이 달랐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3-01 13:53


29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의 최종전이 열렸다. 2대0으로 승리한 후 기성용이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기성용(23·셀틱)의 시대다. 전성기를 맞은 그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구세주였다. 나이로는 막내지만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중심 그 이상이다.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수준 높은 경기력은 그가 한국 축구에 선사한 선물이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후반 6분, 기성용을 투입했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쿠웨이트에 끌려가던 한국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 '히든 카드'였다. 그가 그라운드에 서자 기류가 변했다. 최종예선에서도 기성용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홀딩능력과 패스로 가져온 공수 밸런스

쿠웨이트전에서 한국은 '기성용이 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뉘었다. 한국은 전반에 무기력했다. 전반에만 쿠웨이트에게 10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유효 슈팅만 4개였다. 반면 한국은 전반 내내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질질 끌려다녔다. 최 감독이 쿠웨이트의 공간 침투를 막기 위해 수비 라인을 평소보다 내린 것이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이유였다. 김두현(경찰청)과 김상식(전북)은 수비에만 치중하느라 공격전개를 이끌지 못했다. 수비와 공격진 사이에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그래서 기성용이었다. 투입과 동시에 한국의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의 주도권을 한국쪽으로 끌고 왔다. 뛰어난 위치선정과 적극적인 헤딩경합으로 쿠웨이트의 공격 전개를 막았다. 그가 볼을 잡으면 수비수 2~3명이 달라 붙었지만 공을 뺏기란 쉽지 않았다. 볼 키핑 능력으로 수비수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빈 공간을 향해 패스를 넣어줬다. 그로부터 뻗어나온 패스 줄기는 좌우 측면 공격수들에게 연결됐고 최강희호 전술의 강점인 측면 공격이 활기를 되찾았다. 이동국(전북)과 이근호(울산)의 연속골도 중앙과 측면 돌파로부터 시작됐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거친 '싸움닭'으로 환골탈태한 수비 능력도 십분 발휘했다. 포백라인 바로 앞에서 정면 충돌로 쿠웨이트를 위축시켰고 수비의 안정을 가져왔다. 미드필드와 공격수간의 멀어졌던 간격은 그의 송곳같은 롱패스로 커버했다. 누구도 할 수 없는 '기성용의 축구'를 했다.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쿠웨이트전의 숨은 MVP는 기성용이었다.

유럽에서 쌓은 경험, 최강희 감독에게 해외파를 묻다

"훈련기간이 짧다고 하는데 해외파는 항상 이틀전에 소집됐었다. 해외파의 핸디캡이니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지난 27일 대표팀에 합류한 뒤 가진 첫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한 말이다. 여유로웠다. 자신감이 넘쳤다. 짧은 훈련 기간으로 호흡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내가 투입되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겠다 미리 생각했다." 기성용은 몸을 풀면서 머릿속에 경기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서 날개를 펼쳤다. 다양한 경험이 그를 키운 결과다. 23세지만 A매치를 46경기나 소화한 베테랑인 그는 월드컵과 아시안컵, 유럽에서 쌓은 경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셀틱 이적과 동시에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끊임없는 자기 발전으로 셀틱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셀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하며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쿠웨이트전에서 중앙과 좌우를 휘젓고 다닌 그의 멀티플레이어 본능은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해외파도 대변했다. "최종예선에서는 해외파의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파 위주로 쿠웨이트전을 맞이한 최 감독에게 용기있는 제언을 했다. 최 감독도 "대표팀은 능력이 되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문이 열려있다"며 화답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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