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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23·셀틱)의 시대다. 전성기를 맞은 그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구세주였다. 나이로는 막내지만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중심 그 이상이다.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수준 높은 경기력은 그가 한국 축구에 선사한 선물이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후반 6분, 기성용을 투입했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쿠웨이트에 끌려가던 한국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 '히든 카드'였다. 그가 그라운드에 서자 기류가 변했다. 최종예선에서도 기성용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쌓은 경험, 최강희 감독에게 해외파를 묻다
"훈련기간이 짧다고 하는데 해외파는 항상 이틀전에 소집됐었다. 해외파의 핸디캡이니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지난 27일 대표팀에 합류한 뒤 가진 첫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한 말이다. 여유로웠다. 자신감이 넘쳤다. 짧은 훈련 기간으로 호흡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내가 투입되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겠다 미리 생각했다." 기성용은 몸을 풀면서 머릿속에 경기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서 날개를 펼쳤다. 다양한 경험이 그를 키운 결과다. 23세지만 A매치를 46경기나 소화한 베테랑인 그는 월드컵과 아시안컵, 유럽에서 쌓은 경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셀틱 이적과 동시에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끊임없는 자기 발전으로 셀틱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셀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하며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쿠웨이트전에서 중앙과 좌우를 휘젓고 다닌 그의 멀티플레이어 본능은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해외파도 대변했다. "최종예선에서는 해외파의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파 위주로 쿠웨이트전을 맞이한 최 감독에게 용기있는 제언을 했다. 최 감독도 "대표팀은 능력이 되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문이 열려있다"며 화답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