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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전]첫 단추 꿴 최강희 감독의 뚝심과 고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3-01 00:10


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6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2.29/

긴 90분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64분간 속이 새까맣게 탔다. 후반 20분 이동국의 골이 터지자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대표팀 사령탑은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삼고초려'에 수락했다. "'아, 이것이 운명이구나'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솔직한 심경이었다.

최 감독은 고졸 출신에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축구인이었다.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29세에 달았다. '야생초 인생'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도 볼을 놓지 않았다. 축구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열정과 황소 고집으로 정도를 걸었다.

쿠웨이트전,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그동안 쌓았던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뀄다. 쿠웨이트를 2대0으로 꺾고 한국을 최종예선에 올려놓았다.

최강희호는 18일 전남 영암에서 출항했다. 여유가 넘쳤다. 쿠웨이트를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 감독은 아시아 축구에 잔뼈가 굵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수차례 부딪혔다. 2006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비록 우승컵을 품에 안지 못했지만 더 큰 영광을 누렸다. 자신의 히트상품인 '닥공(닥치고 공격·셧업 앤 어택·Shut Up And Attack)'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중동 축구의 흐름은 물론 선수들의 심리도 꿰뚫고 있다.

적은 밖이 아니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클럽 감독은 선수단 운용에 한계가 있다. 늘 1% 부족하다. 자금, 다른 구단과의 이해관계 등으로 희망하는 선수를 모두 영입할 수 없다.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것은 흠이지만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 최고의 선수를 발탁해 팀을 꾸릴 수 있다. 쿠웨이트전에 발탁한 선수들은 그의 눈에 비친 2012년 2월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녹록지 않았다. 첫 골을 터트리기전까지 쿠웨이트가 한국을 압도했다. 결과적으로는 시나리오대로 됐다. 믿었던 이동국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과 김신욱을 차례로 교체투입하면 흐름을 반전시켰다.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한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쿠웨이트가 준비를 많이해 상당히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상대의 배후 침투 움직임이 좋기 때문에 수비수들에게 주위를 시키다보니 너무 많이 처졌다. 미드필드에서 공간을 많이 내줬다. 경기 초반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잘 안됐다. 60~70분 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에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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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앞 길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많이 험난할 것 같다. 열흘이라는 시간을 가졌는데도 선수들이 훈련한대로, 의도한대로 플레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 경기의 경우 시즌을 시작하는 오픈경기라 어려움이 있었다. 시즌 중에 경기가 열리면 경기 감각이나 선수들을 살피고 뽑을 수 있다.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며칠 만에 전력을 극대화 시켜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쿠웨이트전은 징검다리일 뿐이다. 최 감독은 6월 시작되는 최종예선에서 또 다른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큰 고비를 넘겼다. 대표팀은 능력이 되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문이 열려있다. 최종예선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다. 준비를 잘 하겠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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