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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90분이었다.
최 감독은 고졸 출신에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축구인이었다.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29세에 달았다. '야생초 인생'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도 볼을 놓지 않았다. 축구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열정과 황소 고집으로 정도를 걸었다.
쿠웨이트전,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그동안 쌓았던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뀄다. 쿠웨이트를 2대0으로 꺾고 한국을 최종예선에 올려놓았다.
적은 밖이 아니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클럽 감독은 선수단 운용에 한계가 있다. 늘 1% 부족하다. 자금, 다른 구단과의 이해관계 등으로 희망하는 선수를 모두 영입할 수 없다.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것은 흠이지만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 최고의 선수를 발탁해 팀을 꾸릴 수 있다. 쿠웨이트전에 발탁한 선수들은 그의 눈에 비친 2012년 2월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녹록지 않았다. 첫 골을 터트리기전까지 쿠웨이트가 한국을 압도했다. 결과적으로는 시나리오대로 됐다. 믿었던 이동국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과 김신욱을 차례로 교체투입하면 흐름을 반전시켰다.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한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쿠웨이트가 준비를 많이해 상당히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상대의 배후 침투 움직임이 좋기 때문에 수비수들에게 주위를 시키다보니 너무 많이 처졌다. 미드필드에서 공간을 많이 내줬다. 경기 초반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잘 안됐다. 60~70분 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에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쿠웨이트전은 징검다리일 뿐이다. 최 감독은 6월 시작되는 최종예선에서 또 다른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큰 고비를 넘겼다. 대표팀은 능력이 되면 누구나 올 수 있다. 문이 열려있다. 최종예선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다. 준비를 잘 하겠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