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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지' 지동원(21·선덜랜드)이 해냈다. 후반 인저리 타임을 불과 15초 남기고 기적의 버저비터골을 터뜨렸다. 지동원은 유니폼을 물고 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전선수들이 지동원에게 몰려들어 뜨거운 축하를 건넸다. 관중들도 지동원을 끌어안고 키스를 날렸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선덜랜드는 이날 에딘 제코, 세르지오 아구에로, 사미르 나스리,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등 '초호화군단' 리그 1위 맨시티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시종일관 선방했다.
마틴 오닐 감독은 공격라인에 스테판 세세뇽, 니클라스 밴트너 콤비와 함께 북아일랜드 출신 22세 유망주 제임스 맥클린을 선발로 내세웠다. 리그 선두 맨시티를 맞아 전반전 야야 투레, 애덤 존슨에게 잇달아 돌파를 허용하며 에딘 제코에게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마틴 오닐 감독은 수비진의 잇단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 미드필더 잭 콜백과 크레이그 가드너를 좌우 사이드백으로 내려세웠다. 전반 26분 중앙을 든든히 지키던 맨유 출신 수비수 웨스 브라운이 발목 부상을 호소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부리그 출신의 매튜 킬갈론이 올 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기존의 포백라인과 전혀 다른 새 멤버들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강인한 응집력을 과시하며 전반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후반 18분 세세뇽의 오른발 강슛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후반 22분 제코의 헤딩골이 가까스로 크로스바를 비껴났다. 후반 23분 아구에로의 오른발 슈팅이 또다시 골대를 벗어나는 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후반 32분 오닐 감독은 지친 벤트너 대신 지동원을 후반 37분 본 대신 앨모하마디를 투입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지동원은 후반 3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잡았지만 볼터치가 길었다. 종횡무진 달리던 미드필더 리 캐터몰이 후반 42분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진 사이 오닐 감독이 지동원을 따로 불러 전술 지시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맨시티는 지독하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43분 아구에로, 실바의 골이 잇달아 빗나가거나 미뇰레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막판 맨시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선덜랜드 전원이 수비에 집중했고 0대0 무승부가 굳어지는 상황, 막판 역습, 지동원의 한방이 승부를 갈랐다.
지동원은 후반 인저리 타임 1대1 노마크 찬스에서 침착하게 결승골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와 함께 리그 2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9월 10일 첼시전에 이어 맨시티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강팀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팬들은 물론 스스로에게 새해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향후 주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도 확보하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