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전만 담당할 '원포인트' 감독 어려운 이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쿠웨이트전 원포인트 릴리프 감독 선임까지 생각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 장면.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e-mail]

"1단계는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 2단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단계는 본선이다. 3개 단계에 맞는 감독에 대해 논의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13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3단계 선임론을 얘기했다. 내년 2월 29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쿠웨이트전을 맡을 감독과 최종예선을 담당할 감독, 본선에 나설 감독이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론이 안 좋았다. 황보 위원장은 "단계별로 감독을 나눈다는 뜻은 아니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은 쿠웨이트전과 최종예선 감독을 다르게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A대표팀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애매하다. 쿠웨이트전에서 진다면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제 아무리 할 일이 없는 감독이라도 이런 상황에 처한 팀을 맡기란 쉽지 않다. 첫 경기에서 패배하면 바로 경질당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 기존 코칭스태프 중에서 팀을 맡을 이도 없다. 박태하 서정원 김현태 가마 등 코칭스태프들은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자 동반사퇴했다.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 쿠웨이트만을 상대할 '원포인트 릴리프 감독' 기용론이다. 양해를 구할 수 있는 국내 감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원포인트 감독들은 쿠웨이트전 한 경기만 하고 팀을 떠나야 하는 처량한 신세다. 감독들의 자존심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예전 A대표팀 원포인트 감독들의 처지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나같이 A대표팀 감독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0대5 대패 후 차범근 감독의 뒤를 김평석 코치가 맡았다. 김 코치는 벨기에전 1대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출범한 허정무호 코칭스태프에서 낙마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A대표팀을 맡을 이가 없었다. 이때 김호곤 감독이 대타로 나섰다. 당시 김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었다. 김 감독은 2002년 11월 홈에서 열린 브라질전에서 좋은 지도력을 보여주었다. 2대3으로 아쉽게 졌다. 그러나 여론은 외국인 감독을 원했다. 결국 지휘봉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게 넘겨주었다. 이후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팀을 8강까지 이끌었지만 A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4년 쿠엘류 감독 경질 이후 흔들리던 A대표팀을 맡은 이는 당시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을 맡고 있던 박성화 감독이었다. 파라과이전과 터키전에서 팀을 이끌었다. A대표팀 지휘봉은 조 본프레레 감독에게 넘겨주었다. 결국 축구계에 널려있는 '원포인트 릴리프 감독=영원한 임시직'이라는 낙인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이 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