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취약 포지션 골키퍼 김민식, 자고일어나니 주전 GK

K-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3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김신욱(맨 오른쪽)과 심우연, 김민식 골키퍼(맨 왼쪽)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울산=전준엽 기자 [e-mail]

전북 현대 수문장 김민식(26)은 지난 6월 25일 상주상무전을 잊지 못한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에서 처음으로 경기에 나갔다. 이후 계속 선발 출전이다. 김민식에게 그런 날이 올 줄 몰랐다. 하루 전까지 전북의 주전 골키퍼는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던 염동균(28)이었다. 하지만 염동균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걸 자백하면서 졸지에 김민식에게 선발 기회가 돌아갔다. 이때부터 김민식의 실수 연발 성장 드라마가 시작됐다.

김민식은 2008년 전북으로 입단했다. 2009년 K-리그 2경기, 지난해에는 7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주전이 된 올해에는 16경기에 나섰다. 그가 전북에 왔을 때는 이미 권순태(27·상주상무)가 골대를 지키고 있었다. 권순태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군입대했다. 그런데 전북은 권순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베테랑 염동균을 영입했다. 이미 홍정남(23) 이범수(21)도 성장하고 있었다.

김민식은 시쳇말로 자고 일어나니 K-리그 최강 클럽 전북의 선발 골키퍼가 돼 버렸다. 베스트 11개 포지션 중 골키퍼가 가장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전북이 공격축구라는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다보니 수비수 그중에서도 실점하면 바로 티가 나는 골키퍼는 비난 대상 1순위다.

한 명의 흘륭한 골키퍼가 탄생하기 위해 많은 경기 경험은 필수다. 김민식은 아직 K-리그에서 50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매경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골키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공중볼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와야 할 지, 아니면 수비수들에게 맡길 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이 많다. 올해 정규리그 마지막 전남전(1대1, 10월 30일)에선 안 나와도 될 상황에서 볼을 잡기 위해 나왔다가 실점했다. 지난달 30일 울산 현대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 때는 상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중볼을 주로 조성환 심우연 중앙 수비수에게 맡겼다. 아찔한 실점 상황을 맞자 전북 베테랑 김상식이 이런 상황에선 앞으로 나와서 펀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손짓을 김민식에게 보내기도 했다.

전북은 김민식이 불안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믿고 내 보낼 수밖에 없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매경기 좋아지고 있다. 주변에서 김민식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난 괜찮다"면서 "다른 대안이 있으면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김민식 보다 월등히 좋은 골키퍼를 현재 K-리그에서 영입할 수가 없다. 경험이 쌓이면 김민식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대에 간 권순태는 내년 9월쯤 전북으로 돌아온다. 권순태는 현재 상주상무의 주전 골키퍼다. 전북은 오는 스토브리그 때 골키퍼를 영입할 계획이 없다. 김민식이 어떻게 해야할 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그는 4일 울산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한다. 노주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