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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우선지명' 김원식 악몽 훌훌, 꿈★훨훨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1-06 10:09


◇2007년 레딩 유소년 클럽에서 지동원 남태희와 함께 뛰었던 김원식이 K-리그로 돌아왔다. 3일 FC서울의 우선 지명을 받았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1.02

'레딩 영재'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김원식(20)이 다시 K-리그에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

10월 중순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 원서를 접수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김원식이) FC서울의 유소년 클럽인 동북고에 입학했고, 재학중 유학프로그램 혜택을 받았으므로 FC서울이 우선 지명권을 갖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원식은 3일 FC서울에 2012년 프로입단 선수로 '우선 지명'받았다. 동북고를 겨우 6개월 다니고 영국으로 건너간 탓에 '서울 연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우선지명 소식에 뜻밖이라는 듯 "어… 정말요?"라고 반문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환해졌다.

김원식은 2007년 여름, 서울 동북고 1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축구영재 지원 유학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뽑혔다. 함께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지동원(20·선덜랜드) 남태희(20·발랑시엔)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레딩 유소년 클럽에 입성했다. 2009년 1월 프랑스 리그1 발랑시엔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계약이 가능한 만18세를 불과 5개월 남기고, 입단을 약속한 앙투안 콩부아레 감독이 파리 생제르맹으로 옮겨갔다. 시련의 전조였다. 이후 1년 반은 악몽이었다. 낭트, 낭트 산하 4부리그 포FC, 오세르에서 끈질기게 기회를 노렸지만, '재정난' '감독 교체' 등 악재가 이어지며 기회는 번번이 무산됐다.지난 여름 스무살의 김원식은 가혹한 운명을 뒤로 한 채 독한 마음으로 짐을 쌌다. K-리그에서 새 출발을 원했다.

우선지명 불과 하루 전 만난 김원식은 "고3 수험생처럼 초조하다. 머릿속이 온통 드래프트 생각뿐"이라고 했다. 꿈을 묻는 질문에 "어느 팀이든 뽑혀서 조금이라도 경기를 뛰는 것"이라고 답했다. 1분이라도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면 낮은 순위라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돼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소박한 꿈'이 꿈처럼 이루어졌다. 악몽은 이제 끝났다.

K-리그 최고 구단이 진가를 알아봤다. 우선지명을 받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대부분 볼을 예쁘게 차려고 하는데 나는 다르다. 예쁘다기보다 터프하게 찬다. 볼터치 등 다른 선수와 차별화된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같다"고 답했다. "프랑스 못지 않게 힘든 경쟁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좋은 선배들이 많은 서울에서 열심히 배우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진짜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2007년 대한축구협회 축구영재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 유소년 클럽에 입성한 지동원 남태희 김원식.(왼쪽부터)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우선지명이 확정된 후 '레딩 절친' 남태희 지동원도 잇달아 축하 인사를 보내왔다. 남태희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직접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레딩 시절부터 프랑스리그 발랑시엔까지 3년 넘게 한지붕 아래 동고동락한 사이다. 맨유전 직후 만난 지동원 역시 인터뷰를 통해 "원식이는 항상 열심히 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친구니까 정말 잘해낼 것라고 생각한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원식은 지난 5일 5년만에 한국에서 기분좋은 생일을 맞았다. 빅리거의 꿈을 밀어낸 열여덟살의 생일은 잔인했지만, K-리거의 꿈을 거머쥔 스무살의 생일은 행복했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생일선물을 건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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