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수원 삼성은 정성룡(26) 오범석(27) 오장은(26) 이용래(25) 등 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아시아 트레블(정규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을 노렸다. 꿈은 이뤄지는 듯 했다. FA컵은 결승에 진출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까지 순항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계속되는 불운에 치를 떨었다. 지난 15일 FA컵 결승에서는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성남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어 4일 뒤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알사드의 비매너축구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두마리 토끼를 놓치자 좌절감은 컸다. 이제 수원에게 남은 꿈은 정규리그 우승뿐. 수원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최종전에서 제주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3년만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하지만 시원하게 웃질 못했다. 경남을 3대0으로 제압한 라이벌 FC서울에 3위자리를 내주고 4위로 내려 앉게 됐기 때문이다. 3위 수성 목표까지 목전에서 좌절되자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이를 갈았다. 6강 플레이오프 상대인 5위 부산에 대해서는 "올시즌 부산에 3패를 당했지만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의 머릿속은 부산이 아닌 내년 시즌 준비로 꽉 차 있었다. 독기가 가득했다. "내년 시즌 닥치는대로 선수를 영입하겠다."
"올해 농사 다 버렸다. 첫 단추(FA컵)부터 잘못 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한 골 차면 극복할 수있었을 것인데 1차전에서 먹은 한 골(부상 선수가 생겨 수원이 볼을 아웃시킨 상황에서 다시 공격권을 받아야 하지만 알사드가 이를 공격으로 연결해 골을 넣음)이 컸다. 내년에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선수를 보강해야겠다. 오심이 나와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좋은 팀이 된다."
또 윤 감독은 올 한해 동안 4개대회(컵대회 포함)을 치르면서 현재의 선수구성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게다가 공격의 핵인 염기훈(28)이 군입대로 수원을 떠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력 보강도 절실하다. 더블 스쿼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멤버는 좋았지만 부상선수들이 속출했고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후반기에는 내가 생각한 스쿼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6강 플레이오프가 없으니 더 강해져야한다. 시즌 초반부터 강하게 나갈 생각이다"고 했다. 용병 교체도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FA로 풀리는 선수, 영입할 수 있는 선수 모두 다 관심 있다."
수원의 명가부활을 꿈꾸는 윤 감독의 말 속에는 웃음을 넘어선 날카로운 날이 서 있었다. 미소가 심상치 않다. 내년 시즌 누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될지 벌써 관심이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