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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곤에게 애절한 이름 이수철 "죄송합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0-23 13:13


22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29라운드 상주-경남전에 퇴장 징계로 나서지 못한 김치곤이 "이수철 감독님의 추모식 경기에 나서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상주=하성룡 기자

지난 19일 세상을 등진 고 이수철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다른 선수들과 달리 2층 1호실에 마련된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1층 복도에서 군복을 입은 채 서성이고 있는 한 선수가 있었다. 상주의 중앙 수비수 김치곤(28)이었다. 김치곤은 '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조문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망설이더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23일 열릴 2살 터울의 누나 결혼식 때문이었다. 집안의 대사를 앞두고 조문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게다는 주변의 조언에 그는 먼발치에서 마음 속으로 이수철 감독의 영면을 빌었다. 21일 열린 영결식도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22일 상주시민운동장, 상주와 경남의 K-리그 29라운드가 열리기에 앞서 지난 19일 세상을 등진 이수철 전 상주 감독의 추모식이 거행됐다. 추모식에서 거수경례로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는 상주 선수단. 상주=하성룡 기자
22일 고인의 추모식과 함께 시작된 경남과의 K-리그 29라운드. 김치곤은 이날도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 서 있었다. 그는 지난 3일 전북과의 K-리그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해 출전정지 징계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프타임에 잠시 만난 김치곤은 아쉬움에 눈시울이 불거졌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뭐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시 못 뵌다고 생각하니 텅 빈 느낌이다."

김치곤은 그라운드를 응시한 채 이 감독을 떠 올렸다. 선수들에게 독설도 서슴지 않는 강한 지도자였지만 그가 기억하는 고인은 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자였다.

"지난해 1월에 훈련소 다녀와서는 (몸이 안 좋아서)정말 많이 혼났다. 그런데 겉으로만 강한 척 하시는 분이시다. 뒤에서는 자상하고 따뜻하게 조언해주시는 분이시다."

시즌이 시작된 이후 이 감독은 김치곤을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단다. 알아서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한 번 신뢰를 한 선수는 끝가지 믿는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었다. 김치곤도 이런 이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리고는 화가난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미친놈이다. 그때(전북전) 감정을 추스렸어야 했는데 퇴장당해 추모식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감독님을 추모하는 경기에 나서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하늘에서도 보고 계실텐데 섭섭해 하실 것 같다."


기회는 남아있다. 그는 올시즌 마지막 경기인 인천전(30일)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는 "감독님의 데뷔전 상대가 인천이다. 인천전에 나서서 감독님이 섭섭하시지 않게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치곤은 가슴 속에 이수철 감독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듣기만 해도 애절한 이름 이수철 감독과 함께 인천전을 뛰겠다는 각오다.


상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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