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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세상을 등진 고 이수철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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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곤은 그라운드를 응시한 채 이 감독을 떠 올렸다. 선수들에게 독설도 서슴지 않는 강한 지도자였지만 그가 기억하는 고인은 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자였다.
시즌이 시작된 이후 이 감독은 김치곤을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단다. 알아서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한 번 신뢰를 한 선수는 끝가지 믿는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었다. 김치곤도 이런 이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리고는 화가난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미친놈이다. 그때(전북전) 감정을 추스렸어야 했는데 퇴장당해 추모식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감독님을 추모하는 경기에 나서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하늘에서도 보고 계실텐데 섭섭해 하실 것 같다."
기회는 남아있다. 그는 올시즌 마지막 경기인 인천전(30일)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는 "감독님의 데뷔전 상대가 인천이다. 인천전에 나서서 감독님이 섭섭하시지 않게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치곤은 가슴 속에 이수철 감독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듣기만 해도 애절한 이름 이수철 감독과 함께 인천전을 뛰겠다는 각오다.
상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