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약방 감초' 고슬기 "굳은 일 맞는 선수 되고 싶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고슬기. 스포츠조선DB

프로데뷔 5년 차인 고슬기(25·울산)는 그동안 K-리그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던 선수였다.

데뷔시즌인 2007년에는 2군 무대에서만 뛰었다. 이듬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군 입대를 결정했다. 상무에서 주전과 벤치를 오가면서 두 시즌간 48경기를 뛰었고, 5골3도움의 성적을 남겼다. 미드필더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두각을 드러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었다. 다시 돌아온 친정팀 포항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았다. 결국 2010년 김호곤 감독의 부름을 받고 울산 현대로 이적을 결심했다.

울산에서도 쉽지 않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15경기에 나서 1골1도움에 그쳤다. 그대로 고슬기는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2011년 확 달라진 모습으로 울산의 주전으로 도약했다. 리그와 컵대회를 오가며 자신이 4시즌 간 올렸던 통산 득점(6골)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대 승부처였던 포항 스틸러스, 부산 아이파크와의 28~29라운드에서는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팀이 6강행 희망을 이어가는데 일조했다. 부산전에서는 후반 25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박승일이 밀어주자, 지체없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득점을 만들었다. 골키퍼 이범영이 손을 뻗쳤으나, 비 때문에 미끄러워진 볼이 손을 빠져나와 골망으로 들어가는 행운이 겹쳤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부산전을 마친 뒤 고슬기를 두고 "약방의 감초같은 선수다.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순간순간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고슬기는 "골키퍼 실수로 (골이) 들어간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낮췄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하라고 감독님이 지시한 부분을 잘 따라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팀이 6강에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부산전에 역할을 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팀이 어려울 때 굳은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30일 울산의 6강행이 걸린 대구FC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