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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전 수원 감독(58)과 차두리(31·셀틱)가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를 밟은 첫 한국인 부자가 됐다.
단 한가지. 본업인 수비수 대신 오른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 풀타임 활약한 차두리도 골은 기록했다. 아쉬운 자책골이었다.
전반 31분이었다. 렌의 골키퍼 재빠르게 찬 공이 셀틱 진영 페널티박스 근처에 있던 차두리에게 강하게 굴러왔다. 수비진영에는 차두리와 셀틱 골키퍼 포스터, 렌의 공격수 한 명 밖에 없었다. 공을 걷어 내거나 골키퍼에게 살짝만 차 줘도 되는 상황. 그러나 차두리가 골키퍼에게 찬 볼은 역동작에 걸린 포스터의 반대 방향으로 흘렀고 힘없이 굴러가더니 자책골이 됐다. 다행히 팀 동료 레들리가 후반 25분 동점골을 만들어 셀틱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표정이 어둡던 차두리는 동점골이 터지자 동료들을 껴 안고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차두리는 FC시옹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추후 시옹이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킨 것으로 밝혀져 본선 진출 자격 박탈, 셀틱이 대신 본선 진출권 획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수생활 동안에 유럽선수권대회를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이 아쉽고 슬프다.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유로파리그라도 한 번 뛰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아버지는 이 대회를 두 번이나 우승했다. 나는 우승도 아닌 본선에라도 한 번 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다시 한번 아버지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중략) 나는 차범근이 아니다. 나는 차두리다. 내 선수 경력에는 유럽선수권은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차두리의 선수 경력에는 아버지가 활약했던 유럽선수권(현 유로파리그) 경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 기성용(22·셀틱)은 차두리와 함께 선발 출전해 90분간 활약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