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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차두리, 유로파리그 무대를 공유하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0-21 11:12


차범근(오른쪽)-차두리 부자. 스포츠조선DB

차범근 전 수원 감독(58)과 차두리(31·셀틱)가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를 밟은 첫 한국인 부자가 됐다.

차두리는 2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렌에서 열린 2011~2012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렌과의 3차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 데뷔전이었다. 지난 8월 FC 시옹(스위스)과의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에 출전하긴 했지만 본선 무대는 아니었다. 지난 9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우디네세(이탈리아)와의 조별예선 1,2차전은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40여일 만에 부상에서 회복, 조별리그에 첫 출전하며 꿈에 그리던 유로파리그 본선무대를 밟았다.

부친인 차 감독과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는 1979년,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에 처음 출전했다. 아들은 그로부터 32년 뒤인 2011년에 유로파리그 본선 첫 경험을 했다. 하지만 같은 무대긴 해도 기록만 놓고 보면 경험의 차이는 현격하다. 아들의 유로파리그 경험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내세울 게 없다. 반면 차 감독은 UEFA컵에서 1979~1980시즌(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속), 1987~1988시즌(독일 레버쿠젠 소속) 등 두차례 우승 트로피에 키스를 했다. UEFA컵에 출전한 경기 수만 '37'에 골망은 10번을 갈랐다. 경험의 레벨은 천지차이다.

단 한가지. 본업인 수비수 대신 오른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 풀타임 활약한 차두리도 골은 기록했다. 아쉬운 자책골이었다.

전반 31분이었다. 렌의 골키퍼 재빠르게 찬 공이 셀틱 진영 페널티박스 근처에 있던 차두리에게 강하게 굴러왔다. 수비진영에는 차두리와 셀틱 골키퍼 포스터, 렌의 공격수 한 명 밖에 없었다. 공을 걷어 내거나 골키퍼에게 살짝만 차 줘도 되는 상황. 그러나 차두리가 골키퍼에게 찬 볼은 역동작에 걸린 포스터의 반대 방향으로 흘렀고 힘없이 굴러가더니 자책골이 됐다. 다행히 팀 동료 레들리가 후반 25분 동점골을 만들어 셀틱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표정이 어둡던 차두리는 동점골이 터지자 동료들을 껴 안고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자책골로 비록 마음의 짐은 무거울 수 있지만 간절히 바라던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날 경기는 차두리에게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차두리는 FC시옹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추후 시옹이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킨 것으로 밝혀져 본선 진출 자격 박탈, 셀틱이 대신 본선 진출권 획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수생활 동안에 유럽선수권대회를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이 아쉽고 슬프다.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유로파리그라도 한 번 뛰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아버지는 이 대회를 두 번이나 우승했다. 나는 우승도 아닌 본선에라도 한 번 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다시 한번 아버지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중략) 나는 차범근이 아니다. 나는 차두리다. 내 선수 경력에는 유럽선수권은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차두리의 선수 경력에는 아버지가 활약했던 유럽선수권(현 유로파리그) 경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 기성용(22·셀틱)은 차두리와 함께 선발 출전해 90분간 활약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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