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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월드컵경기장이 격투기장으로 변했다. 물병이 날아들고, 관중이 난입하고, 선수들은 주먹다짐을 했다.
이런 경우 전세계 모든 축구경기에서는 볼을 아웃시킨 상대에게 다시 공격권을 준다. 부상자 치료가 끝난 뒤 다시 터치아웃을 시키기 어려울 경우 상대편 골키퍼에게 볼을 차주는 것이 예의다. 아니, 이건 축구의 불문율이다.
이날 부상자 치료가 끝난 뒤 알사드는 수비수가 볼을 잡은 뒤 스로잉을 했고, 이를 수원 골키퍼 정성룡을 향해 롱패스했다. 수원 선수들은 당연히 정성룡에게 볼을 넘겨주는 줄 알고 수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사드 최전방 공격수 니앙은 수원 선수들이 멍하니 있는 사이 볼을 잡은 뒤 정성룡을 제친 뒤 두번째 골을 넣어버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0-2.
이를 본 수원팬들은 더 흥분하고, 양팀 선수들도 뒤엉켰다. 몸을 풀던 선수들까지 합세해 주먹을 주고받았다. 아수라장은 심판이나 코칭스태프가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 10분간 혼돈의 사태가 정리되고 수원 스테보와 알사드 케이타가 동시 퇴장당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알사드에는 수원에서 뛰었던 국가대표 수비수 이정수가 있다. 이날 양팀선수들이 뒤엉키자 이를 뜯어말리던 이정수는 경기종료 10분을 남기고 교체아웃됐다. 이정수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경기가 이어졌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나올 리 만무했다. 양팀 선수들, 특히 수원 선수들은 독이 올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골은 기어이 터지지 않았다.
수원이 0대2로 졌다. 창단 이후 15년간 수원은 아시아클럽팀을 상대로 홈에서 진 적이 없었다. 27경기 무패(22승5무) 끝에 첫 패를 안았다. 수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