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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수철 전 상주상무 감독(45)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성격은 화통했다. 리더 기질도 강해 따르는 축구계 후배들이 많았다. 그랬던 그에게 승부조작 파동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축구계에 평생을 받쳐 쌓아온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수철 전 감독은 5일 군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이강조 전 감독에 이어 상무 지휘봉을 잡은 후 두 차례 김동현(27)의 부친 김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업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됐다. 지난 5월말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 이 감독은 김동현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 부친을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는 협박 및 공갈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자신이 파렴치한으로 몰린 걸 몹시 안타까워했다.
군검찰은 형량이 적다며 항소했다. 이에 이 감독도 변호사를 선임해 다시 재판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들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감독은 그동안 재판을 준비하면서 4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미 변호 비용이 금전적으로 이 감독을 부담스럽게 한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이 감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주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가려서 받았다. 이 감독은 실형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걸 포기했다. 더이상 축구인으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도 조만간 이 감독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었다. 승부조작에 관련된 선수들의 징계를 보더라도 앞으로 국내에서 축구관련 일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제 그의 나이 45세. 이 감독은 1995년 울산 현대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후 이듬해 상무 축구단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출발했다. 2010년 10월 이강조 전 감독 사퇴 이후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14년 간 고생했고 올해부터 꿈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5개월 만에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이 감독의 날개는 꺾였다.
무엇보다 이 감독을 괴롭혔던 것은 대를 이어 축구를 한 아들의 진로였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축구선수인 고3 아들의 진학이 어려워졌다. 제법 볼을 잘 차는 아들은 서울 한 명문대 특기자 입학이 거의 확정됐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들의 대학진학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다른 대학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거부 당했다. 철창에 갇혀 있던 이 감독은 면회를 찾아간 축구인들에게 "우리 아들을 제발 좀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거취 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의 진로를 가로막은 것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아들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 감독은 깊은 고민 끝에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는 최악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노주환·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