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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26·아스널)의 출전 기회가 또 무산됐다. 20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2011~2012 유럽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마르세유 원정경기가 열리는데 박주영의 이름은 빠졌다. 아스널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을 제외한 1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판 페르시, 아르샤빈, 베나윤, 시오 월콧 등 주전 선수들은 모두 포함됐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던 아론 램지가 지난주 선덜랜드전에서 허벅지를 다쳐 출전이 불가능해 보였으나 램지는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까지 프랑스리그에서 뛰었다. 마르세유전에서 세 시즌 동안 2골을 넣었다. 어느 때보다 출전 기대가 높았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낙담할 것 까진 없다. 기다림이 필요할 뿐 기회가 아예 없진 않다. 박주영은 지금까지 칼링컵 1경기만 뛰었다.
현재로선 박주영이 최전방 공격수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판 페르시가 워낙 잘하고 있고, 예전에는 '유리몸'이라 불렸는데 올시즌에는 아픈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측면 공격수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할 여지가 많다. 시오 월콧과 제르비뉴, 아르샤빈이 버티는 측면은 아르센 벵거 감독 전술의 중심이다. 페르시가 중앙에서 자주 앞뒤로 오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중앙이 빌 때가 많다. 이때 측면에 있던 선수들이 중앙으로 뛰어들어 공격에 가담한다. 조광래 감독의 '제로톱'전술보다는 중앙과 측면의 스위치 횟수가 적지만 중앙 공격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측면 공격수가 더 눈에 띄는 전술이다. 박주영은 이런 호흡 맞추기에 익숙하다.
이번에 출전하지 못했다고 해서 대표팀 경험도 많고, 산전수전 다 겪은 박주영이 실망하지 않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어차피 시즌은 길고 아스널의 선수층은 그리 두터운 편이 아니다. 박주영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 보여주면 된다.
다른 선수들처럼 능력을 보여줄 때까지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답답하겠지만 이는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아시아 출신 공격수의 숙명 아닌 숙명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