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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2011년 하나은행 FA컵 성남과 수원의 결승전. 팽팽한 경기 끝에 조동건의 결승골로 성남이 수원을 1대0으로 꺾었다. 축제의 마당이 돼야할 탄천종합운동장은 경기 후 함성과 야유가 공존했다.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오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역사상 첫 만원관중(4만4537명)이 모인 수원과 FC서울의 슈퍼매치에서도 오심이 나왔다. 후반 33분 수원 스테보가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어시스트한 박현범이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헤딩으로 패스했다. 수원은 웃었지만, 오심에 서울은 땅을 쳤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은 경기 후 "오심 역시 경기의 일부다"고 쿨하게 인정했지만, "다만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그것(오심)에 영향을 받는 건 아쉽다"고 했다.
큰 경기에 잇딴 오심이 나오자 심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FA컵 결승전 심판을 주관한 권종철 대한축구협회 심판 위원장은 "이러한 판정이 나와 당혹스럽다. 월요일 회의 후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FA컵 결승전에 6심제를 운영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투입되는 주심 1명과 부심 2명, 대기심 1명에 더해 양쪽 위험 진영에서의 상황을 집중 판단하는 두 명의 심판을 추가 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오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큰경기에서 오심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재성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사실 다른 경기에서도 애매한 판정이 나온다. 큰 경기이기 때문에 더 이슈화되는 것이 크다"고 했다. 경기가 TV에서 중계되다보니 리플레이로 다시 볼 수 있고,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물론 판정은 정확해야 한다. 그러나 수원과 서울전의 경우 리플레이로 보니까 오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 현장에서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오심과 실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실수를 한다는 시각은 억울하다"고 했다.
내년에는 승강제가 실시한다. 심판의 판정에 따라 강등의 희비가 바뀔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심판배정시 환경적인 부분과 역량을 고려한다. 경기마다 심판의 운동량, 맥박수 등을 이메일로 받는다. 중계 여부, 관중수, 라이벌전 여부를 판단해 심판을 A에서 D로 나눠 배정한다"며 "심판들도 교육을 받고 있고, 벌도 받고 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다. 휘슬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은 '선수, 코칭스태프가 판정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을 할 경우 내년부터 징계 하겠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심판의 권위는 이러한 규정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