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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장이 될 수 없다?' 신태용 성남 감독(41)에게는 통하지 않는 격언이다.
자신보다 선수들을 앞세운 것이다. 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에이스였다. 화려한 언변으로 선수보다 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를 치르면서 생각이 바꼈다. 신 감독은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치러보니 우리보다 전력이 앞선 팀이 많더라. 그런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력 외적인 부분이 필요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편하게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없던 힘도 내더라"며 "올시즌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신 감독과 성남 선수들은 일반적인 감독-선수간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에 가깝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결승전에서 부진한 홍 철은 라커룸에서 "제가 잘했으면 졌을꺼에요"라고 농담을 던졌고, FA컵 MVP에 선정된 조동건은 "내가 소심하긴 하지만 감독님도 뒷끝이 있어요"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이런 선수들과의 관계를 즐긴다. 그러나 축구에서만큼은 단호했다. "성적이 나빴을때도 분위기는 우승팀이었다. 그러나 내가 해준만큼 선수들도 해줘야 한다. 이것이 프로의 책임감이다."
신 감독은 이번 FA컵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다가섰다. 부임한지 3년동안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한 객관적인 성적때문만은 아니다. 신태용이 택한 리더십이 승리를 향한 길임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얼마나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마법으로 우릴 놀라게 할까. 성숙해진 그의 리더십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