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성숙해진 신태용 리더십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16 11:31


신태용 감독이 FA컵 우승으로 그만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5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수원을 1대0으로 꺾은 후 밝은 표정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는 에벨찡요(왼쪽)와 신태용 감독. 성남=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0.15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장이 될 수 없다?' 신태용 성남 감독(41)에게는 통하지 않는 격언이다.

성남은 1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1년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수원을 1대0으로 이겼다. 신 감독은 지난시즌 성남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데 이어 올시즌에는 FA컵 마저 들어올렸다. 이번 FA컵 우승은 정성룡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젊은 선수들로 이룬 성과기에 더 특별하다. 대체 신 감독의 리더십엔 어떤 마법이 숨어 있을까.

신 감독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단어는 '형님 리더십'이다. 최근 황선홍 포항 감독(43), 유상철 대전 감독(40) 등 40대의 감독들이 K-리그의 대세로 자리잡으며 '형님 리더십'이 익숙해졌지만, 사실 '형님 리더십'의 원조는 신 감독이다. 격의없는 대화와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신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리더십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자신보다 선수들을 앞세운 것이다. 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에이스였다. 화려한 언변으로 선수보다 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를 치르면서 생각이 바꼈다. 신 감독은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치러보니 우리보다 전력이 앞선 팀이 많더라. 그런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력 외적인 부분이 필요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편하게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없던 힘도 내더라"며 "올시즌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신 감독과 성남 선수들은 일반적인 감독-선수간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에 가깝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결승전에서 부진한 홍 철은 라커룸에서 "제가 잘했으면 졌을꺼에요"라고 농담을 던졌고, FA컵 MVP에 선정된 조동건은 "내가 소심하긴 하지만 감독님도 뒷끝이 있어요"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이런 선수들과의 관계를 즐긴다. 그러나 축구에서만큼은 단호했다. "성적이 나빴을때도 분위기는 우승팀이었다. 그러나 내가 해준만큼 선수들도 해줘야 한다. 이것이 프로의 책임감이다."

경기운용에도 변화를 줬다. 어떤 상황에도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철학을 확고히 했다. 신 감독은 "예전에 코치 말을 듣고 잠그는 축구를 했다.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 앞에서는 흔들리더라. 그런데 잠그는 축구를 하면 꼭 실패했다"며 "그 뒤로는 이기고 있더라도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카드를 쓰게 됐다. 그게 내 색깔이랑 맞더라"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FA컵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다가섰다. 부임한지 3년동안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한 객관적인 성적때문만은 아니다. 신태용이 택한 리더십이 승리를 향한 길임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얼마나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마법으로 우릴 놀라게 할까. 성숙해진 그의 리더십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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