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전 한 영국 매체는 한국에서 온 색다른 윙어에 극찬을 쏟아냈다. 주인공은 박지성(30·맨유)이었다. 틀을 깼다. '측면 공격수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파한 뒤 자로 잰듯 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수들의 골을 돕는다'라는 영국 축구팬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그러자 박지성에게 '수비형 윙어의 창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이후 박지성은 주전 수비수들의 줄부상 때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지난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전담 수비하는 역할도 맡았다. 공격력보다 수비력에 초점을 맞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기용법이었다.
여느 수비수 못지 않은 수비력은 15일(한국시각) '레즈더비' 리버풀전(1대1 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날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했다. 그동안 강팀과의 맞대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박지성의 '킬러 본능'이 퍼거슨 감독에게 어필됐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왼쪽 측면 애슐리 영, 최전방 대니 웰백, 중앙 라이언 긱스 등과 수시로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리버풀의 공세가 거셌다. 공격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특히 상대 왼쪽 풀백 호세 엔리케의 활발한 오버래핑도 신경써야 했다. 이때부터 박지성은 공격보단 수비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를 펼쳤다. 엔리케의 오버래핑을 저지하는데 주력했다. '수비형 윙어'의 진가는 전반 40분 발휘됐다. 엔리케의 오버래핑을 멋진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했다. 이어 문전까지 돌파해 왼발슛을 날렸다. 볼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후반에도 리버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팀 사정상 수비가 강조됐다. 1차적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에 충실히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영과 긱스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박지성이 측면 뿐만 아니라 중원으로 이동해 수비 부담을 줄여줘 긱스가 원활하게 공수를 조율할 여유가 생겼다. 덩달아 영도 긱스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박지성은 0-1로 뒤진 후반 24분 스트라이커 루니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